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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초유의 공매도 전쟁

美 개미·기관 ‘공매도 전쟁’ 전세계 촉각… 증시 이정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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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 결집으로 증시 요동

레딧의 토론방·거래앱 로빈후드

개미 반란 ‘게임스톱 혁명’ 이끌어

로빈후드 거래 제한에 44% 폭락

완화되자 개미들 다시 사며 폭등

WSJ “팬이 르브론 슛 블록한 격”

다윗·골리앗 싸움은 당분간 계속

개인투자자 일부 매도 시기 고심

CNN “게임스톱 등 거품 꺼질 것”

세계일보

비디오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 등의 주식을 둘러싸고 개인 투자자들과 공매도 세력 간 전쟁이 이어진 1월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일부 종목의 과열 양상에 따른 시장 전반의 불안감으로 전장보다 2.03% 급락해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처음 3만선이 무너진 채 장을 마쳤다. 뉴욕=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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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쇠갈퀴 대신 중개수수료가 없는 주식매매 앱으로 무장한 대중 봉기’, ‘권력 이동’….

1월 초부터 시작된 글로벌 개미(개인 투자자)들과 월가의 공매도 세력 간 전쟁의 추이에 전 세계 금융권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개미 결집 여파로 미국 증시가 출렁이는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들은 ‘증시 역사상 이정표가 될 혁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WSJ는 30일(현지시간) ‘게임스톱 혁명을 이끄는 진짜 세력’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 토론방과 수수료가 없는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를 집중 조명했다. 개미들은 레딧 토론방에서 서로를 독려하며 비디오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의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 2012년 개설된 이 토론방은 팔로어 500만명의 대형 토론방으로 성장해 게임스톱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골리앗과의 싸움을 이끌고 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일정 기간 후 사서 갚는 방식의 투자 기법이므로 주가가 하락해야 차익을 얻을 수 있는데, 게임스톱 주식을 대량 공매도했던 일부 대형 헤지펀드들은 개미들의 결집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게임스톱 주가는 1월 초 이후 무려 1587% 치솟았다.

로빈후드는 개미들이 최대 5%의 주식 거래 수수료 부담 없이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로빈후드는 1월28일 게임스톱을 비롯한 특정 주식에 대해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매수를 일시 중단해 당일 게임스톱 주가가 44.3% 급락했다. 로빈후드는 금융당국이 요구한 의무 예치금이 10배나 올라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주식거래를 마무리하는 정산 과정에 이틀이 걸리는데, 갑자기 급등한 주식은 그 기간 안에 다시 급락할 수도 있는 만큼 증권사들은 거래 이행에 필요한 예치금을 더 내야 하는 구조라고 로빈후드는 설명했다. 로빈후드는 이에 따라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현금 10억달러를 수혈 중이라고 밝혔다.

세계일보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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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의 반란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1월29일 로빈후드 거래 제한이 풀리며 게임스톱 주가는 67.9% 폭등해 전날 급락을 거의 만회했다. 공매도 세력은 손실을 줄이려 주가가 더 오르기 전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주식을 사는 ‘숏 스퀴즈’(short squeeze) 상황에 내몰리거나, 공매도 손실을 메우기 위해 다른 주식을 팔아야 하는 압박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전체적으로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이날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03% 떨어진 2만9982.62에 거래를 마쳤다.

WSJ는 이런 혁명적 사건은 미 프로농구(NBA) 경기를 TV로 보던 팬들이 코트에 뛰어들어 르브론 제임스의 슛을 블록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이날 게임스톱 공매도 주식 총액은 112억달러(약 12조5000억원)로 지난 일주일간 불과 8%(500만달러)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게임스톱 공매도 투자세력이 올해 들어서만 197억5000만달러(약 22조원)라는 천문학적 손실을 냈지만, 대다수 기관은 아직 버티기 중인 셈이다.

다만 개인 투자자 일부는 대출 상환, 결혼 자금 마련 등을 위해 매도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레딧 이용자는 WSJ에 게임스톱 주식을 팔아 학자금 대출 2만3000달러를 갚았다고 말했다. CNN방송은 “레딧에서 매수 열풍이 부는 게임스톱, 블랙베리, AMC 등 회사들이 이렇게 치솟은 주가를 지탱할 만한 기반을 갖췄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누군가는 막판에 합류했다가 뜨겁게 델 것”이라며 “거품은 결국 꺼지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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