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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트럼프의 '나홀로' 코로나19 경기부양책 발표에 비판·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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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개인 소유 리조트에서 주말을 보낸 다음 워싱턴 백악관으로 복귀해 취재진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잔디밭을 걸어가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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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와의 협의 없이 전격 발표한 실업수당 연장, 급여세 유예 등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해 9일(현지시간) 미 의회와 주정부로부터 비판이 쏟아졌다. 야당인 민주당은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행위를 의회의 입법 조치 없이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발표한 것은 ‘위헌’이라고 비판하고 나섰고, 주정부는 실업수당의 일부를 주정부에서 부담하도록 한 조치를 이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업들도 급여세 유예 조치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를 두고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행정조치를 통해 발표한 내용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는 구정물”이라고 비난했다.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조치가 의회의 동의는 커녕 관련 법안도 없이 내려졌기 때문에 법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아예 법안이 없고 어떤 합의도 이르지 못한 상황은 이것 중 어떤 것도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중한 말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거나 뭔가가 매우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행정조치에 대해 “효과가 없다”면서 “제정신이 아닌 방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대부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개인 리조트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기부양책을 담은 행정조치를 발표한 뒤 서명했다. 추가 실업 수당 연장, 급여세 연말까지 유예, 학자금 융자 상환 유예, 세입자 강제퇴거 중단이 주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논의가 민주당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면서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지만 예산에 대한 승인 권한은 의회에 있기 때문에 ‘월권’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연말까지 유예시킨 급여세는 저소득층 의료지원을 비롯한 사회보장제도를 위한 재원으로 쓰이기 때문에 급여세 유예가 복지 예산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야당인 민주당뿐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벤 세스 상원의원 등이 헌법 위반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냈다.

주지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말 종료된 추가 실업 수당을 주당 400달러로 되살리면서 25%인 100달러씩을 주정부가 내도록 한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주정부 세수가 들어들어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이 절실한 마당에 추가 실업 수당 지급을 위한 재정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정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행정명령은 입법행위를 대체할 수 없다”면서 “주들은 25%의 실업수당을 낼 수 없다.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봉이 10만4000달러 이하인 노동자의 급여세를 내년 1월까지 유예시켰는데, 내년 1월 이후 어떻게 되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주와 피고용자가 같은 비율로 내는 세금인 급여세는 임금에서 원천징수돼 세무당국에 납부되는데, 단기간에 급여세를 원천징수하지 않도록 급여 시스템을 수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민주당의 소송 제기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모든 조치에 대해 법률고문실에서 허가를 받았다”면서 “민주당이 법원에 소송을 내고 실업급여 집행을 보류하고 싶다면 많은 것을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어쨌든 우리의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시민들을 위한 조치에 앞장섰는데 민주당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프레임을 짜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그간 4차례에 걸쳐 코로나19 대응 경기부양책을 집행했으며, 모두 의회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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