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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슈 정부 VS 의료계 첨예한 대립

의사 총파업 앞두고 정부 "의대 정원 확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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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의대생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7일 총파업 대응 방침을 밝힌 가운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계에 "대화와 협의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의료계와 정부의 입장 차가 커 앞으로 상황은 미지수다. 의료계는 오는 7일 전공의 파업에 이어 14일에는 개원의 위주의 의협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번 파업에는 중환자실, 수술실, 응급실 등 필수 진료 인력까지 모두 나선다는 게 의협의 방침이어서 진료 공백 우려가 커졌다.

이날 박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에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의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우리 보건의료 제도를 한층 더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의료계에 전했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 의료계 총파업에는 반대 입장을 강력하게 밝혔다. 그는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일부 의료단체 등이 집단휴진이나 집단행동을 논의해 국민 안전에 위해를 야기할 수 있다"며 "어떤 경우에도 국민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박 장관은 의대 정원 확충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그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는 2022학년도부터 앞으로 10년간 의대 입학 정원을 늘려 4000명의 의사를 추가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특히 한국의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크게 적고, 지역과 서울 간 의사 수의 차이가 커 지역민의 의료 복지 강화를 위해 의대 정원 확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밝힌 브리핑 자료를 보면, 한국에서 현재 활동 중인 의사 수는 10만 명으로 OECD 평균 수준에 비해 6만여 명이 부족하다.

지난해 한국의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한의사 0.4명을 포함해도 2.4명으로, OECD 평균(2017년 기준)인 3.4명의 71%에 불과했다. 이는 일본(2.4명)과 유사하고 미국(2.6명), 영국(2.8명), 프랑스(3.2명), 스웨덴(4.1명), 독일(4.3명)에 비해서는 부족하다. 절대 의사 수 자체가 부족한 셈이다.

지역간 불균형도 해소해야 할 과제로 정부는 꼽았다. 서울의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3.1명으로 프랑스와 비슷했으나, 세종(0.9명)을 제외하면 전국 최저 수준인 경북은 1.4명, 울산과 충남은 1.5명에 불과해 의료 공백이 심각했다.

충북과 경기 경남(1.6명), 전남과 인천(1.7명), 강원과 제주(1.8명)의 의사 수도 부족했다. 조금이라도 큰 병에 걸리면 모두가 치료를 위해 서울로 올라올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이 의사 수 부족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박 장관은 아울러 "코로나19와 같은 유행성 질병에 대응하기 위한 감염내과 전문의가 전체 의료 인력 10만여 명 중 300명이 되지 않고(277명), 소아외과 전문의는 불과 50명도 되지 않는다"며 이들 전문인력 확충 역시 시급한 과제라고 전했다.

박 장관은 의대 정원 확충과 더불어 "전공의 수련 과정에 대한 개선과 지원 필요성 등도 공감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양질의 교육이 가능하도록 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지원방안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계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관련 투자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정부는 전공의 대표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만나 비공개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 등 복지부 핵심 관계자들이 출석해 전공의 단체의 입장을 들을 예정이다.

그러나 의료계 반발이 워낙 거세 정부와 의료계가 입장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충 방침에는 의협뿐만 아니라 의료복지를 강조해 온 의료인 단체 역시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달 24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는 성명을 내 정부의 이번 대책은 "공공의료 인력을 확충하라는 시민 요구에 찬물을 끼얹"는다며 "오히려 사립의대 정원 증가와 사립대병원 고용문제 민원해소 정책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정부의 의대 정원 확충 대상이 국공립의대가 아닌 모든 의대에 열려 사립대로 인력이 몰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의무복무 지역의료기관도 공공병원 한정이 아니라, 사립대까지 열렸다는 점도 인의협은 지적했다.

인의협은 "정부가 정원을 늘리겠다는 정원 50명 이하 의과대학은 15개로 이 중 울산대(아산병원)와 성균관대(삼성병원), 차의과대(차병원), 가천대(길병원) 등을 포함 12개가 사립의대인 반면, 신설하겠다는 공공의과대학은 49명 정원에 불과하다"며 "이런 식의 추진은 사립대학과 민간병원 혜택 몰아주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사립대 의과대학은 정원확대로 재정적 이익과 영향력 확대를 꾀할 수 있고, 지역 민간 의료기관은 싼값에 손쉽게 의무복무 인력을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질 뿐, 의료공공성 강화와 지역 필수 의사인력 확보에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고 인의협은 지적했다.

인의협은 "지방의 지역 주민과 환자에게는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며 지역 주민 건강에 힘쓰고 감염병 위기상황을 지역사회와 함께 극복할 의사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 국립대병원 정원을 늘리거나 권역별로 공공의과대학을 신설해 국가책임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지금 중요한 건 "공공의료기관을 늘리고 질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라며 "권역별로 공공병원이 없는 곳에 공공의료기관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인의협은 주장했다.

프레시안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휴진(파업)을 하루 앞둔 6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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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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