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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경제직필]한국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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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호를 어떻게 활력 있게 만들까? 이 물음이 지금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성취와 상태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를 불안하게 생각한다. 그가 자산 보유 상위층인 건물주이든, 중산층이든 또는 이미 가진 것이 없는 계층에 속하든 불안하다. 자신의 노후는 물론 자녀들이 지금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 오히려 정체되거나 쇠퇴할 위기를 느낀다. 보편적 불안에서 예외적으로 비켜 서 있는 사람들이 공무원이다.

경향신문

많이 이루었다. 인구 5000만명이 넘으면서 2차 세계대전 후 식민지에서 해방된 국가 중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나라를 만든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혁신과 가치 사슬에 없어서는 안되는 반도체를 세계 1위와 2위 규모로 생산하는 기업이 한국 기업이다. 1997년의 평화적 정권교체와 2017년의 평화적 촛불시민혁명은 민주주의의 세계적 모범이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선진국 중 최악의 노인빈곤율과 최저출산율이 상징하듯이 사회의 활력을 급격히 잃고 있다. 주된 이유의 하나가 ‘중국의 대두’라는 구조적 환경에 대응한 한국 모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18년2개월이 지났다. 이 기간은 한국에 가장 중대한 외부 환경 변화 시기였다. 그동안 세계 경제는 미국이 주도하는 혁신 경쟁력과 중국의 가격 경쟁력 그리고 일본의 소재 부품 장비 경쟁력이라는 세 개의 축으로 단단히 짜였다.

나는 지금 한국은 미국처럼 혁신적이지 않으며 중국처럼 가격 경쟁력이 없고, 일본처럼 확실한 소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은 이미 위 세 축이 단단하게 구축된 국제 경제에서 한국의 길을 확실히 가야 한다고 말하려 한다.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으며 절박하다고 말하려고 한다.

한국 모델은 가장 한국적인 데에 있다. 미국과 중국과 일본이 갖지 못한 매력과 실력을 갖추는 것이 한국의 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중국의 가격 경쟁력에 대응할 수 있는 한국의 장점을 찾아내고 확장하는 것이 한국 모델의 요체이다. 한국 신통상의 과제이다.

참여정부 시기인 2006년에 ‘비전 2030’을 만들어 ‘혁신적이고 활력있는 경제’를 국가 목표로 제시했다. 올바른 방향이었다. 선견지명이었다. 그런데 위 국가 비전은 ‘능동적 세계화’를 제시하였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주된 전략으로 내세웠다. 중국 발전과 가격 경쟁력 위협에 대한 주된 해결책이 되기 어려웠다. 오히려 한·중 FTA에서 보듯이 FTA는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더 키울 수 있다. 중국의 대두라는 국제요인에 대한 체계적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 모델이 필요하다. 코로나19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의 발전은 표현과 언론의 자유, 법치를 발전시키지 않고서는 더 나아가기 어렵다. 인권, 공정, 법치와 신뢰를 필수적 요소로 하여 한국 모델을 발전시켜야 한다. 중국이 더 싼 물건을 만들 수 있지만 한국은 더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한국 모델의 핵심은 개방과 공정이다. 한국에서 사는 외국 출신 경제 주체에게 미·중·일을 모두 합한 것보다 100배는 더 개방적이고 공정한 대우를 제공하는 것이 한국 모델의 필수 요소이다. 외국인 기술자들의 의사 소통에 도움이 되도록 공문서에 영어를 병행하여 부기하는 변화도 필요하다. 참고로 북한은 단행 법전을 낼 때, 중국어와 영어로 법률 조항을 같이 표기한다. 북한의 법률출판사가 2019년에 낸 613쪽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법규집>은 관련 법령을 한글, 중국어, 영어 순서로 편집하여 출간하였다. 북한의 시장 부문 발전과 투자 유치를 위해 좋은 변화이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투자이다. 한국의 잠재력은 사람이다. 한국에서는 누구나 맞춤형 인적 투자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혁신적 교육 투자가 한국 경제 활력의 가장 큰 원천이다.

한국의 활력은 중국의 발전에 대응하는 바른 한국 모델을 만드는 데에 있다. 중국의 대두를 고려하지 않는 한국 모델은 사상누각이다. 불안사회 한국에서 중국과 다른 매력과 장점을 갖는 경제를 만드는 것은 지금의 시대정신이라 할 만큼 중요하다.

중국을 멀리 밀어내자는 말이 아니다. 발전하는 중국과 함께하면서도 활력 넘치는 나라를 만들자는 절박한 호소다. 객관적 변화를 냉정히 봐야 한다. 아이들에게 쇠퇴하는 나라를 물려줄 수 없다.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다.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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