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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편집국에서] ‘임미리’를 공천하라 / 최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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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현준 ㅣ 법조팀장

“이거 가짜뉴스인 줄 알았어요.”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를 형사고발했다는 뉴스를 문자메시지로 보내온 이는 그 아래에 이런 얘기를 덧붙였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기사 주소를 ‘클릭’했는데 열어보니 사실이었다. 그길로 <경향신문>에 실렸다는 임 교수의 칼럼을 뒤늦게 찾아봤다. 도대체 어떤 무지막지한 내용이 담겼길래 민주당은 임 교수와 이를 실은 경향신문을 고발했을까. 지난달 29일치 경향신문에 실린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은, 웬걸 무지막지한 내용은 없고 지난 대선 때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던 나와 가족, 지인들이 평소 나눴던 대화 같은 내용이 상당 부분 담겨 있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등이 ‘#나도 고발하라’며 비판에 나섰고, 많은 누리꾼이 이 대열에 동참했다. 이해찬 대표가 침묵하고, 고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기자들을 피해 다니는 상황에서, 급기야 17일 유력 대선 후보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나서서 “국민께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튿날 이인영 원내대표도 “송구스럽다”며 사과했다.

임 교수 고발에 대한 민심이 이렇게 부글부글한 까닭은 단순히 민주당이 임 교수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데서 비롯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와 함께 많은 사람이 임 교수 칼럼이 자기 생각과 비슷하다고 느낀 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임 교수에 대한 고발을 자신에 대한 고발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민주당을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조국 백서’ 작성에 참여했던 김남국 변호사가 최근 금태섭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 출마 뜻을 밝혔다. 민주당은 금 의원을 단수 추천하는 대신 추가 공모를 해 김 변호사의 신청을 사실상 받아들였다.

이 뉴스 역시 처음 봤을 때 고개를 갸웃했다. 금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당론과 다르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검찰개혁 방안에 반대 뜻을 밝혔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런 금 의원을 상대로 당내에서 출사표를 던진 이가 조 전 장관에게 매우 우호적인 김 변호사이고, 당은 이를 방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총선이 두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되도록 ‘조국 이슈’와 멀어져야 할 민주당이 오히려 ‘조국 이슈’를 껴안고 부각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김 변호사의 공천 신청에 대한 여론이 심상치 않자 민주당 지도부가 그의 출마를 말리는 듯하지만 김 변호사는 “청년으로부터 공정한 경쟁을 할 기회조차 빼앗으려 한다”며 확고한 출마 의사를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공교로운’ 검찰개혁 행보도 민주당에 부담이 되고 있다. 강한 소신과 추진력으로 ‘추다르크’로 불리는 추 장관은 그의 별명답게 최근 ‘공소장 비공개’와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던지고 검사장들과의 대화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그 시점이 공교롭게도 청와대와 여권 인사가 관여한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기소 직후에 이뤄져 논란이 되고 있다. 법무부 내부 회의에서 나온 ‘괜한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왜 하필 지금 공소장 비공개를 결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이번을 넘기고 다음부터 하는 것은 안 한다는 것과 같다”고 답했다.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는데, 추 장관은 보란 듯이 갓을 벗고 상투까지 매만지는 모양새다.

부정적 얘기만 나열했는데, 민주당에 최근 상황을 되돌릴 방법이 있다. 민주당이 얼마 전 20호로 마감한 인재 영입의 문호를 다시 열어 생각이 다른 ‘임미리 교수’ 같은 이들을 공천하는 것이다. 삼고초려를 해도 쉽지 않겠지만, 민주당의 ‘묻지 마’ 고발에 등 돌렸던 유권자들은 다시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친조국’인 김남국 변호사보다는 조 전 장관을 비롯해 현 정부의 허물을 비판하는 김경율 회계사 같은 이를 영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배제의 정치를 포용의 정치로 바꿔야 ‘민주당만 빼고’가 ‘민주당을 더하고’로 바뀔 것이다.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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