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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기자수첩] '코로나19' 폭탄 돌리기가 '지역사회 감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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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전효진 기자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방역망에서 지금 제일 큰 문제는 내심 1차 의료기관(동네 의원·병원, 보건진료소 등 단일 과목을 진찰하는 곳)에서 의심환자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폭탄 돌리기’를 한다는 것이에요."

해외 여행 이력도 없고 확진자들과 접촉한 적도 없는 코로나19 확진자 3명(29번·30번·31번)이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연달아 발생했다. 방역당국인 질병관리본부는 지금껏 해 온 검역 관리·자가 격리와 같은 봉쇄 조치 전략 외에도 지역사회 전파 예방 대비를 투트랙으로 진행한다고 밝히고 방역 대책을 재점검해야 할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알렸다.

질병관리본부의 진두지휘는 주변국과 비교해보면 빠른 편이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 19’의 최초 발병 이후 약 3주가 지나 뒤늦게 우한을 봉쇄한 것이나, 일본 측이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454명의 확진자가 나올 때까지 초기 검역 조치를 미룬 것과는 대조된다. 외신이 보건학적 관점에서 감염병 대처를 잘한 케이스로 한국을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일종의 ‘수업료’를 지불하고 배운 컨트롤타워의 시스템 덕분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맹점이 있다. 메르스 사태 때 배운 대로 적용하면 되지만 현재의 코로나19 전개 양상에는 완전히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가 특정 병원 안에서의 감염으로 막을 내렸다면, 코로나19는 지역 사회의 ‘풀뿌리 감염’이 시작됐다는 것. 코로나19 치명률은 대략 2.5~3%로 사스(10%)나 메르스(38%)와 비교해서 수치상 낮은 편이지만, 악수 등 가벼운 접촉으로 독감처럼 쉽게 퍼져나가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 전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31번 환자의 경우 해외 갔다온 적이 없고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없다는 이유로 바이러스 검사하자는 의료진의 요구도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시민사회 전체가 직접적이고 능동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백신 없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현재 정확한 정보만이 지역사회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수 있다며 확진자가 다녀간 동선과 병원, 약국, 점포명 등을 속속들이 밝히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생계의 터전이 바이러스 전파지로 알려지면서 타격을 입거나 미확인 정보로 인한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아무리 작은 동네 병원이라도 속으로는 ‘의심환자가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어느날 확진자가 나오면 휴업하거나 생계까지 영향을 미치니 공포를 넘어 (특정인에 대한) 혐오까지 가는 겁니다. 진료 거부했다, 집에 얼른 가라는 말만 했다는 뒷말들이 완전히 근거 없는 소문은 아닙니다." 한 내과 전문의의 말이다.

정부는 19일 ‘코로나19’ 의심환자를 특정하는 사례정의를 개정한 제6판을 공개하고 이르면 오는 20일 오전부터 의료현장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번 지침에는 29번, 30번 확진자등의 사례를 감안해 1차 의료기관에서 어떤 경우에 코로나19 검사를 더 적극적으로 검사해야하는지 등에 대한 기준을 보강한다. 이미 감염 경로를 모르는 환자가 나온 상황에서 정부의 방역 방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는 성숙한 시민의식은 지역사회 감염 공포를 잠재우기 위한 핵심 열쇠다. 다만 이들의 자발성을 이끌어 내는 것 역시 방역당국이 해야할 다음 숙제다.

전효진 기자

전효진 기자(oliv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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