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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말러 선택한 서울시향, 부활의 신호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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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오스모 벤스케 취임 연주회

북구의 거장이 보여준 희망… 인생의 희로애락 담아낸 연주

따스한 위로를 담은 현의 움직임이 침묵처럼 잦아들었다. 지난 15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향 신임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67)의 취임 연주회. 바이러스 탓에 빈자리가 많았고 대다수 청중은 마스크를 끼고 있었으나 연주가 끝난 뒤 객석에 고인 여운과 기대는 시간이 가도 흩어지지 않았다. 핀란드 출신 벤스케는 부악장 웨인 린 등 수석들과 악수 대신 가볍게 주먹을 쥐고 손등을 부딪치며 환하게 웃었다.

정명훈 이후 4년 만에 서울시향 상임지휘자가 된 벤스케 음악감독이 첫 번째로 고른 프로그램은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이었다. 구스타프 말러는 같은 곡을 연주한다 해도 듣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 작곡가다.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화려함과 효과를 보여줄 수 있지만, 그만큼 지휘자의 개성과 역량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연주가 쉽지 않다. 그러나 볼프강 핑크(서울시향 공연기획 자문역)에 따르면 "그는 대중을 위해 쉬운 길을 택하는 법이 절대 없는 지휘자"이고, 희망과 슬픔, 기쁨과 같은 삶의 측면을 일깨워준 연주였기에 관객 입장에서도 반가웠다.

조선일보

지난 15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지휘하면서 ‘서울시향의 부활’을 선언한 신임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가운데)가 청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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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음악감독은 지난 10일 서울에 들어와 11~13일 별다른 일정 없이 연습에만 매진했다. 다행히 15일 안정적인 연주를 보여줬다. 눈에 바로 보이는 변화는 악기군의 자리 배치였다. 1·2바이올린이 앞줄 전면에 나서고, 첼로와 더블베이스는 1바이올린 옆으로 갔다. 독창자들은 악단 뒤에서 합창단과 같은 자리에 섰다.

벤스케는 각 악기군의 소리를 낱낱이 분리해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질감을 보여주려고 했다. 1악장에서 천박한 듯 소란스럽고 어수선한 소리가 시끌시끌 뒤섞이는 가운데 스스로를 던져놓고 과장 없이 담백하게 내면을 찾아가는 여행이 좋았다. 평소 20대 같은 팔팔함이 도드라지던 현악기 사운드가 한층 낮아진 채도로 다른 악기들과 어우러질 땐 '우리 동네 악단'이 눈앞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같아 신이 나기도 했다.

호흡이 100% 일치했다곤 못 하겠다. 특히 5악장에서 무대 뒤로 들어가 호른을 분 주자들과 무대 위 오케스트라의 합주가 어긋나면서 집중력이 떨어졌다. 지난 4년간 여러 객원 지휘자들과 합을 맞추면서 기른 유연성이 가능성으로 나타났다. 벤스케의 도전이 어떤 형태로 서울시향을 바꿀지 기대감을 갖게 했다.

벤스케 음악감독의 다음 공연은 오는 5월 21~2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루토스와프스키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다.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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