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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매경춘추] 중국 축구가 약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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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4억 인구의 내수 시장과 막대한 투자, 산업 중심의 마인드, 섬세하고 빠른 정책 추진은 중국을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리더 반열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중국도 어쩌지 못하는 게 있다. 축구 이야기다.

중국 축구는 최근 또 한 번 좌절을 맛봤다.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는 올림픽 예선에서 탈락한 것이다. 축구가 중국 내에서 소외받는 분야인가. 그렇지 않다. 시진핑이 직접 두 팔을 걷어붙이고 '축구 굴기'를 선언했고,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 중 하나이며, 수백억 원을 들여 세계적인 선수와 감독들을 자국 리그로 끌어들이고 있다. 금전적으로만 따지면 세계적인 리그와 맞붙어도 경쟁력이 있다.

그런데 왜 중국 축구는 첨단산업처럼 발전하지 않는가. 역설적이지만, 필자는 축구를 향한 엄청난 투자가 되레 독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이상하게도 축구에 있어서는 첨단산업 성공 과정에서의 섬세함, 목표 의식과 열정보다는 달콤한 후원이 앞선다. 중국 선수들은 자국 리그에서 뛰어도 고액의 연봉과 후원이 보장되니 굳이 세계 최고 선수들과 경합하는 유럽 리그에 뛰어들려 하지 않는다.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개인주의의 팽배도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한 자녀 정책 속에 길러져 소위 '소황제'로 일컬어지는 젊은 세대는 이런 성향이 더 강하다. 11명이 뛰는 축구는 어느 스포츠보다 팀워크가 중요한데, 중국 젊은이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축구에서 약점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최근 중국은 축구 육성정책에 있어 판을 다시 짜고 있다. 멀리 내다보고, 어린 학생들에게 집중하여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특유의 파격적인 지원과 추진력을 가지고 말이다.

중국 산업을 꽃피운 성공 방정식이 축구에도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10년 후에도 한국 축구가 우위를 자신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중국을 이겨왔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막연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세상은 무섭게 바뀐다. 그 정점에 중국이 있다.

척박한 시장의 개척과 세계를 향한 끝없는 도전과 응전이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기업들, 그리고 적잖은 의료기기 회사들이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유럽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은 선수들이 대한민국 축구를 주도하는 것처럼 말이다. 중국의 힘과 규모 그리고 일사불란함이 단순히 성공의 필요 충분조건이 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세계 시장에서 보여주는 도전과 투지 속에 기회가 있다. 정부와 각계 이해관계자들도 이 점을 감안해 우리 산업계에 좀 더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이희열 메드트로닉 아태지역 총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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