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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사설] 文 지시한 수사 예외 없이 무죄, 당한 고통에 사과 한마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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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년 전 "지난 정권의 사법 농단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문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던 사법 적폐 관련 판결이 모두 무죄로 나오고 있다.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이어 현직 판사 세 명이 기밀 유출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은 데 이어, 재판 개입 혐의를 받았던 판사도 무죄였다. 애당초 실체가 불투명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수사 시작도 전에 '헌법 파괴'라는 등 '유죄' 선언을 먼저 했다.

이뿐 아니다. 문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수사를 지시했던 사건들이 거의 예외 없이 무죄판결이 나왔다.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달 만에 "방산 비리 척결"을 지시하면서 시작된 한국항공우주산업 수사는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선고가 나왔다. "뿌리를 뽑으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른 박찬주 전 육군 대장 수사도 갑질은 일찌감치 무혐의가 됐고 별건인 뇌물에 대한 재판도 무죄로 나왔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외압 의혹을 엄정 규명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검찰에서 2년 반 동안 세 차례나 수사를 받았던 권성동 한국당 의원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통령이 인도 출장 중 현지에서 특별수사단을 꾸려 수사하라는 특명을 내린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도 군 수사단이 90곳을 압수 수색하고 204명을 조사했지만 전원이 무혐의 또는 무죄 처분을 받았다. 계엄군이 탱크를 몰고 나와 촛불집회를 진압하려 했던 것처럼 부풀렸던 사건이 이처럼 아무 실체가 없었던 것이다.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공소시효가 지난 일도 규명하라"는 초법적 지시까지 내렸던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 장자연 사건, 클럽 버닝썬 사건 역시 아무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 하명에 따라 무리하게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을 끊거나 충격을 받고 유명을 달리하는 비극도 잇따랐다.

역대 대통령들도 비리 척결 엄단 같은 지침을 준 적은 있었지만 문 대통령처럼 이렇게 많은 개별 사건에 대해 수사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 그런데 그 사건들에 대해 하나같이 무혐의·무죄 처분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자신의 지시에 대해 사과 한마디가 없다. 이제 드러나는 것은 그런 문 대통령이 스스로 선거 공작과 비리 공직자 비호라는 불법을 저질렀다는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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