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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라임 펀드가 편입한 他운용사 펀드, OEM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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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라움·포트코리아 펀드 2000억씩 편입

금감원, OEM펀드 제재 절차 착수

OEM펀드 지시자 `라임` 제재 규정 없어..실효성 낮아

[이데일리 최정희 김윤지 전재욱 기자] 라임자산운용이 환매 중단한 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를 통해 재간접으로 투자한 라움자산운용, 포트코리아자산운용 펀드 등과 관련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라임 펀드 사기 논란이 제기됐던 초기에는 이들 운용사가 라임의 펀드 수익률 조작에 동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이보단 OEM 펀드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동안 OEM 펀드는 운용사가 판매사의 지시를 받아 판매사에 유리한 대로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 문제가 됐는데 이번처럼 운용사간 OEM 펀드 의혹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라임 OEM 펀드 관련 운용사를 제재할 방침이지만, 정작 OEM펀드 운용을 지시한 라임을 제재할 법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 라움·포트 펀드가 왜 라임 플루토에..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환매 중단된 라임의 플루토 FI D-1호 펀드는 캄보디아 리조트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투자하는 라움자산운용 펀드를 편입하고 있다. 해당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 형태로 10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테티스2호도 재간접펀드(FoF) 형태로 라움 펀드 1000억원을 투자했다. 라움 펀드의 유일한 수익자는 라임이다.

라임 플루토 펀드는 포트코리아 런앤히트 펀드도 2000억~3000억원 가량 재간접 형태로 편입하고 있다. 라임 임직원이 수익자로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겉으론 라임 펀드가 재간접펀드 형태로 라움과 포트코리아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라임이 투자하는 전환사채(CB) 등의 투자처가 라움, 포트코리아가 투자하는 CB 등과 겹치는 데다 라임 펀드와 이들 운용사 펀드 사이에 KB증권이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자로 끼어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로 인해 라임의 지시로 펀드가 설정됐고 투자 운용도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중 한 운용사는 OEM펀드라는 사실을 금감원에 시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라움운용사 관계자는 “라임이 리스크 관리상 한도가 꽉 차 있어 비히클(Vehicle)만 빌려달라고 했다”며 “신생운용사로서 트랙레코드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라임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2018년 하반기 CB 등을 받아 펀드를 설정할 당시만 해도 인 더 머니(in the money, 옵션의 내재가치가 행사가격보다 높은 상태) 상태여서 투자처로서 괜찮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라임과 라움은 에스모(073070), 에스모 머티리얼즈(087730) CB 등에 함께 투자했다.

그러나 포트코리아는 OEM펀드가 아니라고 적극 항변했다. 포트코리아의 투자처인 CB 등은 KB증권이 주선해서 이뤄진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라임이 포트코리아 펀드에 투자했는지도 라임 사기 의혹 논란이 터지고 나서야 알게 됐다는 주장이다. 포트코리아 관계자는 “KB증권이 주선한 CB 등은 투자 판단을 내릴 당시엔 괜찮았다”며 “우리는 CB 등을 담을 펀드를 설정했고 라임이 우리 펀드에 가입한 것뿐이다. 사건이 터진 후에야 뒤늦게 라임이 가입한 것을 알았는데 이를 OEM이라고 하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라임과 포트코리아는 동양네트웍스(030790), 블러썸엠앤씨(263920) 등의 CB를 함께 투자했다. 다만 사건이 터진 후 KB증권은 주선한 CB들이 라임이 추천한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라임→KB증권→타 운용사`로 연결, CB가 거래됐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라임이 라움, 포트코리아를 상대로 OEM펀드를 만든 것은 자전거래를 회피하거나 임직원 펀드를 만들어 CB를 저가에 매수해 수 백 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 OEM펀드로 결론 나더라도 라임 제재 수단 없어

금감원은 작년 8월 라움, 포트코리아 등을 조사한 이후 이들 펀드를 OEM펀드로 보고 제재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다만 제재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 이후 OEM 규제를 강화키로 했으나 운용사가 운용사에 OEM 펀드를 지시한 경우 이를 제재할 조항이 명확하지 않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자본시장법 시행령 87조4항5호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조항은 투자자로부터 명령, 지시, 요청 등을 받아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한 행위를 OEM으로 보고 제재하도록 하고 있다. OEM펀드로 규정될 경우 라임의 지시를 받은 운용사들은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라임의 지시를 받은 운용사를 제재할 조항이지, OEM 지시자인 라임을 제재할 수단은 아니다. OEM펀드 지시자에 대한 제재를 규정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개정 절차를 밟고 있으나 이는 판매사에만 적용된다. 라임이 OEM펀드를 활용해 어떤 이득을 취했는지 등에 따라 제재가 가능하도록 유권해석을 내릴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라임을 제재할 조항은 없는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타 운용사의 경우 OEM펀드로 보고 제재할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라임을 제재할 수는 없다”며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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