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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CEO] 베스핀글로벌 이한주 대표 "클라우드로 전환 못하면 기업 생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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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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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그룹, 대한항공 등 일부 대기업이 클라우드를 전면 도입하니 많은 기업이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 클라우드는 전체 기업의 정보기술(IT) 예산 중 5%도 안 됩니다. 대부분 말로만 '클라우드'와 '디지털 혁신'을 외치는데,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1~2년 내 클라우드로 전환하지 못하는 기업은 존폐 기로에 서게 될 겁니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49)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향후 1~2년 안에 클라우드를 도입해 디지털 혁신을 이루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스핀글로벌은 기업들의 클라우드 전환 전략을 짜주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돕는 클라우드 관리 기업(MSP)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미국 기업부터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기업의 클라우드까지 다양한 클라우드를 한눈에 관리하고 운영하도록 돕는 자동화 도구 '옵스나우'를 개발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SW) 기업이기도 하다.

2015년 설립된 베스핀글로벌은 5년만에 직원 1000명에 육박하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을 넘보는 회사로 성장했다. 삼성전자, 두산 등 국내 대기업부터 중국과 중동 기업까지 860곳이 넘는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이 대표는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도입 여부를 고민할 단계는 지났다고 평가했다. 특히 모든 산업 영역에서 인공지능(AI)이 사업 성패의 중요한 변수가 된 상황에서,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직접 개발하지 않고도 고도화된 AI 기술을 빌려 쓸 수 있다.

이 대표는 "클라우드의 가장 큰 강점은 AI를 자연스럽게 '수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기업이 업무나 제품에 AI를 녹여야 하는데, 클라우드가 있어야 가능하다"면서 "결국 누가 먼저 적용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라우드를 도입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려면 기업 문화까지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해 최고경영진이 위에서부터 변화를 주도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기술뿐 아니라 새로운 경영 철학, 가치까지 기업 문화 전반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예전에 직접 IT 시스템을 하나하나 구축해야 할 때는 실패 비용이 크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려도 위험이 낮은 사업에 집중했다"면서 "이제는 클라우드처럼 저비용으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IT 시스템이 나오면서 반복적인 시도를 더 빨리 해보고 결과를 빠르게 반영해 수정하는 방식으로 업무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디지털 전환의 성공은 단순히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아니라 더 큰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IT 생태계가 클라우드 중심으로 바뀌면서 한국에서도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나올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렸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B2B 소프트웨어 기업이 더 많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제품을 고객에게 영구 판매하는 형태의 소프트웨어 기업은 부침을 겪고,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기업이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그는 "클라우드로 환경이 바뀌면서 통신,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 등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생기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 입장에서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세계 전역에 손쉽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특히 정부 차원에서 스스로 클라우드와 이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고객이 될 경우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도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기업이 클라우드 플랫폼을 장악하고 다 끝난 시장처럼 생각하지만,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이를 활용한 새로운 산업군이 생기면서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는 관련 유니콘이 50~60곳 나왔는데, 한국에서 5~6곳만 나와도 최소 1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정부 모델을 다른 나라 정부에 수출까지 한 한국 정부가 앞장서 소비자가 되면, 클라우드와 관련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려는 해외 정부와 기업에서 한국 기업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교육, 투자, 규제 완화 등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직접 소비자가 되면 다른 어떤 지원 정책보다도 육성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베스핀글로벌을 창업한 것도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하려는 기업을 돕는 일에서 글로벌 성공의 기회를 엿봤기 때문이다. 그는 1998년 미국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스트웨이'를 창업해 2014년 이를 성공적으로 매각한 경험이 있다. 이후 창업한 베스핀글로벌은 기업 고객의 클라우드 도입과 활용을 지원하는 서비스 사업과, 여러 클라우드 플랫폼을 함께 사용하는 '멀티 클라우드' 환경에서 관리와 운영을 돕는 자동화 소프트웨어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으로 양분된 클라우드 경쟁 구도에서 한국 기업이라는 지정학적 위치가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 적중했다. 미국 MSP 사업자는 미국 클라우드 구축만 지원하고, 중국 MSP 사업자는 중국 클라우드 구축 지원이 중심인 반면, 한국 기업인 베스핀글로벌은 어떤 클라우드 플랫폼이든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멀티 클라우드를 도입하려는 기업들 선택을 받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베스핀글로벌은 동아시아 최초로 AWS, MS, 구글의 최상위 파트너십 등급을 획득한 MSP가 됐을 뿐 아니라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클라우드 플랫폼에 대한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2015년 창업 이후 단기간에 860곳이 넘는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빠르게 성장해왔다. 한국기업뿐 아니라 중국 인민일보, 석유공사, 에어차이나 등 규모가 큰 국영기업부터 중국에서 활동하는 벤츠, 폭스바겐 등 다양한 기업들이 베스핀글로벌의 고객사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포브스가 뽑은 한국 10대 스타트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창업 5년 차를 맞은 올해는 흑자 전환을 추진하고 중국과 중동에 이어 일본, 미국 등 거대 시장 공략도 본격화한다.

이 대표는 "소프트웨어는 아직까지 수출에 큰 두각을 나타낸 기업이 많지 않다. 베스핀글로벌로 글로벌 성공 사례를 써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면서 "다행히 클라우드라는 큰 변혁이 왔고 미·중 IT 패권 경쟁에서 틈새를 노려 치고 나갈 수 있는 큰 기회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 He is…

△1972년생 △시카고대 생물학 △1998년 호스트웨이(미국) 창업, 등기이사 △1998~2010년 호스트웨이 북미 총괄 수석 부사장 △2006년~ 어피니티미디어(인도) 창업, 이사회 부의장 △2012년~ 스파크랩(한국) 공동창업, 공동 대표 파트너 △2015년~ 베스핀글로벌 대표이사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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