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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스라엘 총선 한달 앞으로…비리혐의 네타냐후 총리 또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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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세 번째 총선…미국 중동평화구상 발표 변수

리에베르만 전 국방이 이번에도 캐스팅보트 쥘 수도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70)가 다시 정치적 시험대에 설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오는 3월 2일 총선을 치르고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의원 120명을 선출할 예정이다.

정치 혼란이 장기간 이어지는 이스라엘에서 사상 처음으로 1년 사이에 세 번째 치러지는 총선이다.

작년 4월과 9월 총선이 실시된 뒤 네타냐후 총리뿐 아니라 중도 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의 베니 간츠(60) 대표마저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가 오는 3월 총선에서 재격돌하는데 아직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당 리쿠드당과 야당 청백당이 각각 30여석으로 예상돼 과반 의석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양대 정당은 다른 군소 정당들과 손잡아야 한다.

이스라엘의 베테랑 정치인 네타냐후 총리는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재임 기간이 모두 13년 11개월로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수 총리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비비'라는 애칭으로 높은 인기를 누려왔으며 1996∼1999년에 이어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올랐다.

그러나 비리 혐의 등으로 인기가 예전만 못하면서 5선에 성공할지가 불투명하다.

이스라엘 검찰은 작년 11월 네타냐후 총리를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 비리 혐의로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3월 총선 전에도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비리 혐의를 부인하며 야권의 사퇴 요구를 거부해왔지만, 총리직 유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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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긴장 고조도 이번 총선의 변수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미국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했다.

이 구상에는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고 팔레스타인이 동예루살렘에 국가를 건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팔레스타인은 이 구상이 이스라엘에 치우쳤다고 거부했으며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반이스라엘 시위가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평화구상 발표는 이스라엘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지원하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의 지지를 바탕으로 안보 및 영토 문제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보수층 지지자들의 결집을 노릴 수 있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방문에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는 등 국제적인 지도자로서 면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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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 간츠 이스라엘 청백당 대표[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네타냐후 총리의 라이벌인 간츠 대표도 최근 안보에서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간츠 대표는 지난달 21일 요르단강 서안의 요르단계곡을 이스라엘에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27일에는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 뒤 중동평화구상 이행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간츠 대표는 그동안 팔레스타인 분쟁 등 민감한 중동정책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왔지만 이번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 유권자들을 겨냥한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그동안 간츠 대표를 지지해온 아랍계 정당들이 그의 안보 정책에 실망해 등을 돌릴 개연성이 있다.

간츠 대표는 비리 혐의를 받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스라엘 극우정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의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부 장관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리에베르만 전 장관은 작년 2차례 총선에서 리쿠드당과 청백당이 포함되는 연립정부에만 참여하겠다며 네타냐후 총리나 간츠 대표 사이에서 중립을 지켰다.

리에베르만 전 장관은 유대교 종교 정당들이나 아랍계 정당들과는 협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그는 '하레디'로 불리는 유대교 초정통파 신자들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한다며 유대교 정당들과 맞서왔다.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은 지난 총선에서 8석에 해당하는 득표를 한 만큼 리에베르만이 차기 총리의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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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베르만 이스라엘 전 국방부 장관[EPA=연합뉴스 자료사진]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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