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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우한폐렴] 입막은 귀경길…명동 中관광객 '마스크 사재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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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절에 중국 오가는 인구 많아 불안…손 자주 씻고 마스크 착용"

전문가들 "아직까지 국내 발생 감염은 없어…차분히 대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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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끝나가는 26일 서울역에서 한 할아버지가 손녀들을 배웅하고 있다. 2020.1.2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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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한유주 기자 = 설 연휴 셋째날인 26일 고향을 찾았던 사람들은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불안한 마음을 달래 가며 귀경길에 오른 모습이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은 자국 내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현지 마스크 수급 상황을 우려하며 양손 가득 마스크를 구매하기도 했다. 관광객이 몰리는 약국들은 때아닌 '마스크 특수'를 맞았다.

이날 오후 서울역에는 명절을 지내고 고향에서 올라온 귀경객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역사에 근무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들 역시 마스크를 끼고 데스크에 손소독제를 비치한 채 근무를 하고 있었다. 역사 안 약국에는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대전에서 가족들을 만나고 올라온 박혜경씨(62·여)는 "구정에 중국인들도 한국을 많이 온다고 해서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다"며 "기차 안에서부터 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역 안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매한 전모씨(30·여)는 "지하철 등 사람이 많은 곳에 계속 있어야 하는 것이 신경쓰여서 마스크를 샀다"며 "미세먼지가 아주 심하지 않은 이상은 마스크를 잘 끼지 않는데 이제는 상황이 좀 심각해진 것 같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학생 허모씨(28)는 "중국인들도 설 연휴 동안 춘절을 맞아 많이 들어오는데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알아서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손을 자주 씻고 있고, 기차 안에서도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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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약국 앞에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다.2020.1.26/뉴스1© News1 한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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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중구 명동에서는 약국 입구마다 마스크를 사려는 행렬이 길게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명동의 S약국 관계자는 "외국인과 한국인 가리지 않고 마스크를 사고 있는데 없어서 못 파는 상태"라며 "한 중국인 가족은 마스크를 여섯 박스 구매해 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G약국 관계자는 "마스크 물량이 부족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당일배송으로 주문해 팔고 있는 상황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면서 손님을 응대했다.

중국 선양에서 온 테리 탕(27)은 "중국에 'N95' 마스크가 부족하다고 해서 대량 구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온 브라이언(50)은 "아내와 딸이 홍콩에 마스크가 충분하지 않다며 사오라고 했다"며 "이미 많이 사두기는 했지만 한국에서 더 사갈 예정"이라고 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온 류운허(42)는 "마스크 다섯 박스를 구매했다"며 "중국에서는 이미 마스크가 동이 났다고 해서 지인들에 나눠주고 가족들도 낄 겸 많이 사두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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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는 마스크를 사려는 관광객들이 약국 앞마다 장사진을 이뤘다. 사진은 한 관광객이 구매한 마스크.2020.1.26/뉴스1© News1 한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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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을 맞아야 하는 지역 상인들은 마스크를 쓸 수도, 벗을 수도 없는 상황을 토로했다. 명동에서 액세서리 가판대를 운영하는 김성철씨(27)는 "집에 아이가 있어서 마스크를 쓰고 일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손님과 이야기를 하려면 불편해서 반만 걸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날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거주하다 지난 20일 일시 귀국한 54세 한국인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입국 당시 별다른 증상이 없이 게이트 검역(검역관이 항공기 게이트 앞에서 모든 승객을 대상으로 발열 여부 등을 조사하는 방식)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환자는 입국 이틀 뒤인 22일 열과 오한 등 몸살기를 느껴 해열제를 복용했지만, 25일 다시 기침과 가래 증상이 나타나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 이를 신고했다. 이 환자는 일산 명지병원으로 이송돼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귀경객이 몰리는 서울역 등 주요 역은 대응에 나섰다. 코레일 관계자는 "위기경보 '주의' 단계가 발령되면서 접객 직원들에게는 모두에게 마스크가 지급된 상태"라며 "수유실과 화장실에만 있던 손소독제를 모든 창구에 비치하고, 당분간 주의 단계를 계속해서 유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청소와 소독을 강화하고, 역사 입구에 방역매트를 설치하고 정해진 시각마다 소독제를 살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은 국내 지역사회에서 감염이 발생한 단계는 아니고 외부(중국)에서 감염돼 유입된 환자만 있는 상태"라며 "아직은 너무 두려워하기보다는 개인적인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갈 시기"라고 조언했다.

이어 "정부를 통해 전달되는 내용을 숙지하고, 아직까지 국내에서 감염이 발생하지는 않은 만큼 사태 추이를 차분하게 지켜봐주는 것이 방역당국과 의료기관에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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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세 번째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한 26일 서울역 전광판에 우한폐렴 관련 안내 영상이 나오고 있다. 2020.1.2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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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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