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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트럼프 "이란, 美대사관 공격 계획했다"… 에스퍼 국방 "증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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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위협' 실재했나 논란

공화당도 "정부내 정보 모순"

이란 "추가 보복 계획 없을 것"

스위스 대사관 통해 메시지

조선일보

에스퍼 美 국방


미국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제거 명분으로 내건 '임박한 위협'이 실재했는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이란의 미 대사관 4곳에 대한 공격 계획'에 대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그런 증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 정보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의 '임박한 위협'과 관련, "4개 미국 대사관에 대해 계획된 공격과 관련이 있다"며 "아마도 그건 바그다드에 있는 대사관이 (목표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에스퍼 장관은 12일 미 CBS 방송 인터뷰에서 이 주장에 대해 "대통령이 (대사관 공격의) 실체가 있다고 한 것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한 말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사회자가 '(증거가) 없다는 것인가'라고 다시 묻자 에스퍼 장관은 "나는 4개 대사관 공격 계획에 대해선 하나도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는 "아마도 그들(이란)이 우리 대사관을 노릴 것이란 대통령의 견해를 공유한다"고 얼버무렸다.

에스퍼 장관뿐 아니라 다른 외교·안보 라인 핵심 인사들도 '임박한 위협'에 대해 명확한 내용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매우 정확한 정보가 있다고 해도 목표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것은 어렵다"며 "적어도 4곳 이상의 대사관을 공격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입수한) 정보와 일치한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1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솔레이마니가 계획한 일련의 임박한 공격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정확한 시점과 위치는 모른다"고 했다.

이런 혼선이 일자 정치권에선 초당적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CBS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이 정보를 조작하고 있다"고 했다.

공화당 소속 랜드 폴 상원의원도 NBC 방송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보가) 모순되는 것 같다"며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시기와 장소를 모르지만 (위협이) 임박했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거기엔 큰 의문이 있다"고 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이날 이란이 지난 8일 미군 주둔 이라크 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 후 스위스 대사관을 통해 추가 보복이 없을 것이라는 비밀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테헤란 주재 스위스 대사관은 1980년부터 약 40년간 미국의 이익 대표부 역할을 하고 있다. 스위스 대사관은 당시 이란 당국으로부터 '솔레이마니 제거에 대한 보복은 이것으로 끝'이란 내용의 암호화된 팩스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2분 만에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대이란 특별대표에게 보내졌고 5분도 안 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것이 미국의 군사적 반격 조치를 막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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