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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美국방장관, 트럼프와 엇박자…"솔레이마니, 美대사관 4곳 공격 증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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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오하이오 유세에서 "솔레이마니 이란 사령관이 중동 내 대사관 4곳을 공격하려해 그를 사살한 것"이라고 한 데 대해 12일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왼쪽)은 CBS방송 인터뷰 등에서 "대통령이 구체적인 증거를 인용하지 않았다"고 모호한 발언을 했다. [사진 출처 = CBS 방송·AP사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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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면전 위기까지 번졌던 미국과 이란 갈등의 불씨가 된 미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사살'을 둘러싸고 미국 정부 발언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솔레이마니가 중동 내 4곳 미국 대사관을 공격하려해 그를 사살한 것"이라고 한 데 대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이틀 뒤 "구체적 증거는 보지 못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후원하는 레바논 최대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솔레이마니의 미국 대사관 공격설은 트럼프의 거짓말"이라면서 기나긴 보복전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12일(현지시간)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중동 내 미국 대사관 4곳 공격설'에 대해서는 구체적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에스퍼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그럴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을 말한 것이다"면서 "대통령이 정보당국 발 구체적인 증거를 인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구체적 증거가 없었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장관은 "나는 4곳 대사관과 관련해서는 못 봤다. 다만 나는 그들(솔레이마니 등)이 우리 대사관을 노릴 것이라는 대통령 견해를 공유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혼란스러운 메시지는 솔레이마니 사살이 과연 타당했는지 논란을 심화시킨다"고 비판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정부 관료들이 트럼프의 말이 확인할 수 없는 주장이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솔레이마니 사살을 정당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구체적인 증거를 공개하지 않은 정부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마이크 리(유타) 상원의원은 12일 CNN인터뷰에서 정부가 이란이 미국 대사관 4곳 공격을 계획했다는 정황을 의회에 보고했냐는 질문에 대해 "들은 바 없다"면서 "나는 대통령과 다른 관계자들이 낸 결정을 받아들이지만, 정작 결정과 관련된 정보는 얻지 못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매일경제

지난 주말 이란 수도 테헤란 소재 아미르 카비르 대학에서 혁명수비대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오격추 사건을 비난하는 반(反)정부 시위가 열렸다. 다만 같은 주말 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 최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사예드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오른쪽 위)은 이란 동맹 세력이 미국에 대한 기나긴 보복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사진 출처 = AFP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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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 최대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미국에 대한 '기나긴 보복의 시작'을 예고했다. 헤즈볼라 수장인 사예드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은 12일 연설을 통해 "이란의 동맹들이 똘똘 뭉쳐 솔레이마니 이란 사령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할 때가 됐다"고 선언했다. 이어 그는 "솔레이마니가 미국 대사관을 공격하려했기 때문에 그를 사살했다는 트럼프의 말은 거짓말"이라면서 "트럼프는 자기 나라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해대고 있다. 보복을 위해 저항의 축이 움직일 때가 왔다"고 밝혔다.

이어 나스랄라 총장은 "우리 뿐 아니라 이라크·시리아 내에서이란의 지원을 받고있는 수많은 무장 단체들이 수 주, 수 달 내로 동시다발적 보복에 나설 것"이라면서 "우리의 목표는 미군이 중동 일대를 떠나는 것이며, 우리의 목표를 이루는 것은 긴 여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총선을 통해 레바논 의회에서 정당 활동을 하고 있지만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상태다. 지난 1983년 헤즈볼라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소제 미국 해병대사령부 건물을 공격해 미군 241명을 숨지게 했고, 같은 해 베이루트 소재 미국 대사관에 자살 폭탄 테러를 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요원 8명을 포함한 17명 사망자를 낸 바 있다.

다만 정작 이란 내에서는 지난 8일 이란혁명수비대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오격추 사건이 일파만파되면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수도 테헤란을 뒤덮는 등 안팎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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