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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트럼프, 이란 반정부 시위 진압 경고..."시위대를 죽이지 마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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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이현우 기자] 이란 혁명수비대의 실수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격추됐다는 소식에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확산일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직접 트위터에 페르시아어로 시위대를 죽이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는 등 성난 이란 민심에 부채질하면서 이란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모든 문제의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며 이슬람 시아파 국가들 간의 협력과 반격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시위대를 죽이지말라"는 경고를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천 명이 당신들에 의해 죽거나 투옥됐으며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며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트위터 메시지는 영어와 함께 페르시아어로도 번역돼 게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인터넷을 다시 켜고 기자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라! 당신들의 위대한 이란 국민을 살해하는 것을 멈추라"며 이란 정부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페르시아어로 이란을 압박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2월에도 페르시아어로 "40년의 부패. 40년의 억압. 40년의 테러"라며 "이란 정권은 40년간 실패만 양산했다"고 적었다. 이어 "오랫동안 고통받은 이란인들은 훨씬 더 밝은 미래를 가질 자격이 있다"는 글을 남겨 민심을 움직이기 위한 의도를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페르시아어 트윗은 이란 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미국의 의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미국의 압박정책이 끝나지 않을 것이고 스스로도 미국과 군사적 대결을 원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이란과 협상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또 다른 트윗을 통해 "국가안보보좌관이 오늘 이란이 경제제재와 시위에 둘러싸여 고립됐다고 주장했고, 이란은 협상에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 말했다"며 "핵무기는 용납될 수 없고, 시위대를 죽여서도 안 된다. 협상은 전적으로 그들에게 달려있다"고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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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미사일에 격추된 우크라이나 여객기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정부와 군부를 비판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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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정부는 진퇴양난에 처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 혁명수비대의 실수로 격추됐다고 자인한 직후 이란 전국에서는 정부 비판 시위가 대규모로 발생했다. 여객기 사망자 176명 중 상당수가 이란 국적으로 알려지면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제거된 이후 반미로 돌아섰던 이란 민심은 다시 반정부로 돌아섰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밝힌 사고 피해자 중 82명이 이란 국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CNN에 따르면 이날 수도 테헤란에서는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우리의 적은 여기있다" "독재자에게 죽음을" 등 과격한 구호를 외치며 이란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앞서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이란 혁명수비대 대공사령관은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사실을 인정한 뒤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했다"며 "어떠한 결정이 내려져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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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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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경찰이 여객기 추락사고 애도 집회에 참석했던 영국대사를 체포했다가 풀어준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이란정부는 더욱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AP통신은 롭 매케어 이란 주재 영국대사가 전날 테헤란에서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사고의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집회에 참석했다가 진압하던 이란 경찰에 체포됐으며, 이란 외무부의 개입으로 체포 3시간 만에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동시에 이란 당국의 영국대사 체포 사건을 비난했다.


시위대의 하야 요구에도 불구하고 하메네이는 시아파 국가들의 결집을 호소하며 모든 문제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하메네이는 이날 이란과 같은 시아파 국가인 카타르의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과 만난 자리에서 "중동 지역의 모든 문제는 미국과 동맹국의 존재 때문"이라며 "역내 이슬람 국가들의 협력을 통한 반격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은) 고대 페르시아 언어를 더럽힐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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