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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에스퍼 美국방 “이란, 美대사관 공격 징후 없었다”... 트럼프와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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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사관을 공격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증거는 하나도 보지 못했다."

미국이 이란 군부에서 실세 노릇을 하던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살해한 이유로 들었던 ‘임박한 위협(imminent threat)’이 과연 실존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12일(현지 시각)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이라크 바그다드를 포함해 전 세계 미국 대사관 4곳에 대한 공격을 짜놨다’고 누차 밝혔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감싸면서도, 한편으로 다른 주장을 내놨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내용은 미국 대사관에 대한 추가 공격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것"이라며 "나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견해(view)가 같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달 20일 미국 버지니아주 펜타곤에서 언론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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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에스퍼 장관은 진행자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위협(specific imminent threat)이 있었던 게 아니라, (주관적) 평가를 내린 것 아니냐’고 되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증거를 인용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진행자가 구체적 증거에 대한 질문을 계속하자 "미국 대사관 4곳 (공격설)과 관련해 (구체적인 증거를) 하나도 보지 못했다(I didn't see one)"고 덧붙였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 주장과 정면으로 맞서는 발언을 내놓은 것.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국무부는 솔레이마니 사망 이후 꾸준히 "미 대사관 공격을 포함한 ‘임박한 위협’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 영토가 아닌 곳에서 임의로 군사작전을 펼쳐 솔레이마니를 제거한 거의 유일한 ‘명분’이기도 했다.

정당성을 뒷받침해줄 구체적 증거가 무엇인지 마땅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미국 내부에서도 위협의 실체에 대한 의구심은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애덤 스미스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의장을 인용해 "작전 이후 백악관과 정부 당국으로부터 기밀 브리핑을 받았지만 이란이 미국 대사관에 대한 공격을 계획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며 "백악관 관계자 그 누구도 공격 계획이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솔레이마니 살해 작전을 왜 펼쳐야했는지 설명하려고 안간힘을 썼다"고 지적했다.

한편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NBC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정교한 정보(exquisite intelligence)’를 갖고 있었다"며 "위협이 임박했었다. 이란은 중동 전역에 걸쳐 미국 시설을 살펴보고 있었고, 외교관 뿐만 아니라 미군도 노리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로이터는 오브라이언 보좌관 역시 미국 대사관 4곳이 공격 대상이 됐다는 주장에 대해선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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