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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경기침체·물가급등' 美제재로 경제난 겪는 이란…추가 제재 견딜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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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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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이란의 이라크 내 미군기지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이 대(對) 이란 추가 제재를 단행한 가운데 이란이 '전쟁'을 견딜 수 있을 만한 경제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2018년 부과한 경제 제재로 자금줄이 막히면서 이란은 경기 침체와 높은 물가, 실업률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많은 중동 지역 전문가들은 이란의 현 경제 상황을 두고 "(미국과의) 전쟁을 견딜 수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2018년 8월 1차 경제 제재를 통해 이란산 귀금속과 철, 석탄 등에 대한 거래를 금지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이란의 핵심 수입원인 원유와 천연가스의 수출을 막고 이란의 금융기관이 외국과 거래하는 것을 차단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단행했다.


제재 이후 이란의 경제는 급격히 악화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란의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9.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체결 이후 2016년 12.52%, 3.73% 증가했던 이란의 GDP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경제 제재 이후 악화됐다. 2018년 4.85%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GDP 감소폭은 2배 가량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2년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서 제재를 부과했을 당시보다 경제 악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 것이다. 2012년 오바마 행정부가 제재를 단행했을 당시 이란의 GDP는 7.71% 감소했으며 2013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WP는 2015년 핵협정으로 이란에 대한 제재가 일부 완화되자 기업들이 이란으로 몰려들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그의 정책이 이를 뒤집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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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가운데 원유 수출을 봉쇄한 것이다. 이란의 경제 성장과 정부 수입의 대부분은 원유 수출에 달려있다. 이란산 원유 수출을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2017년 하루당 230만배럴에 달했지만 이후 급감하면서 2019년에는 50만배럴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이란 리얄화 환율도 2018년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1월만 해도 리얄화 환율은 달러당 3만5050리얄이었지만 2018년 미국의 대이란 제재 재개 이후 15만리얄을 넘어섰고 1월 현재 13만3200리얄대까지 올랐다.


경기가 악화하자 물가가 급등했다. 이란의 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35.7%로 전망된다. 2013년 34.7%까지 올랐던 인플레이션율은 이후 2016년 9.1% 까지 떨어졌으나 제재가 재개된 2018년 30.5%로 급등했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음식값 등 생활 물가가 오르면서 이란 국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WP에 따르면 100을 기준으로 하는 이란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16년 4월 96.7이었으나 상승세를 보이다가 2018년 11월 미국의 대이란 제재 재개 이후 지난해 12월 193.8까지 올랐다. 2016년 3월~2017년 3월을 평균 물가라고 봤을 때 생활 물가가 약 2배 오른 것이다. 소고기 가격은 지난해 10월 1㎏당 87.3875리얄로 2017년 4월(34만4587리얄)보다 2.5배 올랐다. 우유와 설탕도 같은 기간 동안 각각 2.2배, 1.8배 가격이 올랐다.


실업률도 2013년 10.40%에서 2019년 16.78%로 급등했다. 세계은행(WB)은 고용 기회 부족이 이란 내 빈곤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이란의 빈곤율이 2013년 8.1%에서 2016년 11.6%로 올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제 상황이 악화하자 이란 곳곳에서는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정부의 휘발유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이란 정부는 혁명수비대를 앞세워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고 인터넷도 열흘 이상 완전 차단하는 등 통제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300명 이상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발표하기도 했다.


이란의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전날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을 비롯한 8명의 이란 고위 관료와 함께 철강, 알루미늄, 구리 제조업체 등을 제재 대상으로 하는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로 중동의 최대 철강 생산업체인 모바라케 철강을 비롯해 13곳의 철강 회사가 제재를 받게 됐다. 일부 알루미늄, 구리 생산 업체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이번 조치로 우리는 이란 체제에 대한 수십억 달러의 지원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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