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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美 정부 관계자들 "우크라이나 여객기 이란 미사일 격추 확신"...트럼프도 "의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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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험악한 상황에서 비행...실수할 수 있었을 것"
이란 정부, 미국에 블랙박스 인도 거부
추락 현장에 잔해 넓게 퍼진 것도 ‘격추’ 의혹 가중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8일(현지 시각) 추락한 우크라이나 항공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가 이륙 직후 이란이 발사한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격추된 것으로 믿고 있다고 AP와 로이터,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외신들이 9일 보도했다.

조선일보

8일(현지 시각) 사고가 발생한 우크라이나 항공 소속 보잉 737-800여객기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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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WSJ 인터뷰에서 추락한 항공기가 이란의 레이다망에 포착된 후 "이란에 의해 격추됐다는 것에 높은 수준의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미국 정부는 이란이 실수로 해당 여객기를 격추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격추에 무게를 두는 중요한 근거 중 하나는 항공기 잔해가 추락 현장에 넓게 퍼져 있었다는 점이라고 두번째 정부 관계자가 WSJ에 귀띔했다. 이란의 주장처럼 엔진 고장으로 추락했다면 잔해가 그렇게 넓게 퍼져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란 당국은 사고 직후 엔진에서 불이 나 여객기가 추락했다는 초기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9일 이번 사고와 관련해 "의심 가는 부분이 있다"면서 "(추락 항공기가) 험악한 상황에서 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 실수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WSJ는 덧붙였다.

해당 여객기는 8일 오전 이란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우크라이나 키예프를 향해 이륙한 직후 고도 2.4㎞ 지점에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객 167명과 승무원 9명 등 탑승자 176명 전원이 숨졌다.

이란이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사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미군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지 몇 시간 뒤 추락했기 때문에 이란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다는 의혹이 끊임 없이 제기됐다.

실제로 다수 언론에서 여객기 격추 가능성에 관한 추측성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7일 뉴욕타임즈(NYT)는 "사고 시기로 인해 격추 의혹이 바로 제기됐다"며 이란의 미사일 격추 의혹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사고 직후 이란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당초 테러나 미사일 격추 가능성이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대사관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했으나 이후 해당 성명은 "결론을 내리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내용"으로 교체해 의혹을 키웠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여객기 사건의 원인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격추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란은 기체 결함을 사고 원인으로 추정하고 현장에서 여객기 블랙박스 2개를 모두 회수해 분석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지만 이란 측은 미국에는 블랙박스를 넘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추락 원인에 관한 조사에 완전한 협력을 요구한다"며 이란 정부를 압박했다. 이란은 미국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공습에 대해 보복한 직후 이번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미국의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블랙박스 제공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란 군부 수석대변인 아볼파즐 셰카르치 준장은 이란이 사고 여객기를 격추했다는 의혹에 대해 "미국의 심리전"이라고 일축했다.

[이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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