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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美의 이란군 실세 살해에 각국 우려 쏟아져…"심각한 긴장"(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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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험주의적 행보" 비판…中, 미국에 자제 촉구

프랑스 "세계 더 위험해져"…이스라엘 네타냐후는 "미국 지지"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란 정예부대인 쿠드스군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3일(현지시간) 미군 공습으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사망하면서 세계의 '화약고' 중동을 둘러싼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란 군부 실세의 폭사는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개연성을 키우면서 중동 정세가 예측할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겨냥한 공습이 '방어작전'이라고 강조하며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군은 미국의 해외 인력을 보호하기 위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하는 단호한 방어전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지난해 12월 27일 이라크 중북부 키르쿠크의 미군 기지에 대한 로켓포 공격을 포함해 지난 몇 달 간 발생한 이라크 내 동맹기지 공격을 기획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이라크 현지 모습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게재하고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망을 반겼다.

폼페이오 장관은 "자유를 위해 거리에서 춤추는 이라크 사람들, 이라크 사람들"이라며 "솔레이마니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데 감사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3일 미군의 공습에 폭사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사건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반응은 갈렸다.

공화당 의원들은 쌍수로 환영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이번 작전으로 중동에 무력분쟁이 격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공화당 매파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우와-미국인 사상을 초래한 대가가 급격히 커졌다. 손에 미국인의 피를 묻힌 이란 정권에 중대한 타격"이라고 트위터 계정에 썼다.

반면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이번 제거 공습작전이 "무모하다"고 트위터를 통해 평가 절하하고, "사망자 증가와 신규 분쟁 위험을 키웠다"고 비난했다.

이란과 친이란 이슬람 시아파 세력은 미국에 대한 보복을 거론하며 반발했고 러시아, 중국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그(솔레이마니)의 순교는 그가 끊임없이 평생 헌신한 데 대한 신의 보상"이라며 "그가 흘린 순교의 피를 손에 묻힌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하시드 알사비·PMF)는 미군에 대한 준비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PMF 산하의 친이란 민병대 산하의 무장조직 아사이브 아흘 알하크(AAH)를 이끄는 카이스 알카잘리는 이날 친필 성명을 통해 "모든 저항 전사는 준비태세를 갖추라. 정복이 임박했고 승리가 우리를 기다린다"라며 대미 항전을 촉구했다.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미국을 비판했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미국은 이런 큰 범죄로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며 헤즈볼라도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길'을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는 성명을 내고 "이란 지도부와 국민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하마스는 지역 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미국의 범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레바논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하마스는 모두 친이란 조직으로 꼽힌다.

러시아와 시리아도 미국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러시아 외무부 관계자는 이날 타스 통신에 "미사일 공격을 통한 솔레이마니 살해를 우리는 전 (중동)지역의 긴장 고조를 초래할 모험주의적 행보로 평가한다"면서 미국의 공습을 무모한 행동이라고 규탄했다.

시리아 외무부 관계자는 자국 사나 통신에 "시리아는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로 이어진 미국의 기만적이고 범죄적인 공격을 강하게 비난한다"고 밝혔다.

이란은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다.

터키 외무부 역시 성명을 통해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로 이어진 미군의 바그다드 공습은 역내 불안정과 위험성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을 경비하는 이라크 대테러부대[AFP=연합뉴스]



중국은 미국에 자제를 요구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관련국들, 특히 미국이 냉정을 유지하고 자제해 긴장이 더욱 고조되는 상황을 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외무부의 아멜리 드 몽샬랑 유럽담당 국무장관은 현지 방송에서 "자고 일어나보니 더 위험한 세계를 목도하게 됐다"면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보다 원하는 것은 안정과 긴장 완화"라고 말했다.

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곧 중동의 당사국들과 접촉해 이 사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슬람 수니파 국가 이집트는 외무부 성명으로 아랍권에 추가로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를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각국이 이번 사태를 우려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미국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그리스에서 이스라엘로 귀국하기 전에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단호하고 강력하면서 신속한 행동은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안보, 평화, 자위를 위한 미국의 전투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이스라엘이 자기를 방어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미국도 똑같은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중도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의 2인자 야이르 라피드도 트위터에서 "그(솔레이마니)는 수천명을 살해한 책임이 있다. 이란 정권은 테러리스트 정권이다"라며 미국을 옹호했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미국의 대표적 우방이고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과는 적대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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