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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죄질 좋지 않다"는 조국, 구속된 정경심 덕분에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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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법치주의 뿐 아니라 공정성도 저해했다"면서
"가족관계·진술태도 등 고려할 때 중대성 인정 안돼"
"이미 범죄혐의 소명돼 증거인멸·도망 염려도 없어"
정경심, 건강 사유 보석 청구設... "남편 위해 포기?"
檢수사 차질빚나… 曺, 선거개입 사건도 주요 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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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장관이 27일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 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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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새벽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이 밝힌 기각 사유 중 눈에 띄는 것은 '배우자의 구속'이었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를 설명하며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과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부부가 한꺼번에 구속될 만큼 중요한 범죄 혐의로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다.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57)씨는 지난 10월 23일 구속돼 사모펀드 불법 투자,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조 전 장관 측은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부부를 모두 구속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호소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이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씨는 검찰 수사를 받을 때부터 건강이 좋지 않다고 호소해왔다. 구속 후 검찰 조사를 수차례 거부하기도 했다. 재판에 넘겨진 뒤로는 법원에 보석(조건부 석방)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정씨가 남편인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될 때까지 보석 청구를 하지 않자 일각에선 "남편 구속을 막으려고 보석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법원은 조 전 장관의 범죄 혐의에 대해선 강도높게 비판하면서도 구속은 면해주는 엇갈린 결정을 내렸다. 권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해 유재수의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했다"고 했다. 죄질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권 부장판사는 "수사 진행 상황 등을 볼 때 혐의가 소명돼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고, "사회적 지위, 가족관계, 구속 전 피의자심문 당시의 진술내용 및 태도 등을 볼 때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권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의 주장을 상당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피의자가 인식하고 있던 유재수의 비위 내용, 유재수가 사표를 제출하는 조치가 이뤄진 점,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범행을 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이 그동안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의혹이 근거가 없다고 밝히고, 사표를 받는 선에서 감찰을 끝냈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조 전 장관은 전날 오전 법원에 출석하며 "검찰의 영장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법정에서는 "정무적 판단에 따른 책임은 지겠지만 죄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감찰을 중단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범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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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씨.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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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장관 영장심사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비리를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이 정상적 절차대로 이뤄졌는지, 친문(親文) 실세들의 '유재수 구명운동'이 감찰 중단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이었다.

조 전 장관은 현 정권 실세들의 '유재수 구명운동' 실체를 어느 정도 인정했다. 조 전 장관은 권 부장판사가 '김경수 경남지사 등 외부 인사들의 영향력이 감찰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느냐'고 묻자 "전혀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와 상관없이 나름대로 정무적 판단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2017년 말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던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사실을 네 차례에 걸쳐 보고받고도 김경수 경남지사 등 현 정권 실세들의 청탁을 받고 감찰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정무적 판단이 아닌 직무 범위를 넘어선 범죄라는 것이었다.

법원은 이같은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도 결국 부부를 동시에 구속할 만큼의 무거운 범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낸 것이다.

한편 조 전 장관의 신병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검찰의 수사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원이 조 전 장관의 혐의가 소명되고, 죄질이 좋지 않다는 1차적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추가로 소환해 백 전 비서관과 김 지사, 윤 실장 등이 얼마나 관여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사건 범죄의 전모를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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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장관이 지난 26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발부 여부를 기다리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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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비리는 곧 기소, 선거개입 의혹 핵심도 조국
조 전 장관 가족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조만간 조 전 장관을 재판에 넘긴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불법투자, 증거인멸 등 아내 정씨에게 적용한 15개 혐의 가운데 금융실명제법 위반, 증거은닉 교사 등 최소 4개 이상 혐의에 조 전 장관이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공직자 재산 신고 때 정씨의 차명 주식 투자 내역을 감춘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도 적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서도 조만간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경찰에 김기현 전 시장 측근 비리 첩보를 내려 이른바 하명수사가 이뤄질 당시 그는 민정수석이었다. 송철호 울산시장의 핵심 측근인 송병기 울산 부시장의 업무수첩에도 조 전 장관 이름이 등장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조만간 조 전 장관을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포토]조국 영장 기각 "구속사유 있다고 볼 수 없어"…지지자들 환호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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