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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검찰-조국 하나는 상처… 적극 역할 입증 여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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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조국 ‘정무적 판단’ 주장 뒤집을 객관적 증거 확보 관건”

양측 치열한 법리다툼 예고… 기각 땐 “무리한 영장” 비난 일 듯
한국일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면회하기 위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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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정수석 재직시 유재수(55ㆍ구속기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한 혐의를 받는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운명의 날을 맞는다. 구속영장 발부ㆍ기각에 따라 조 전 장관이나 검찰 중 한 쪽은 치명타가 불가피한 만큼 생사를 건 치열한 법리다툼이 예상된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조 전 장관을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결과는 당일 밤 늦게 또는 다음날 새벽 나올 전망이다.

검찰이 영장에 적시한 주요 혐의는 △유 전 부시장의 비리내용을 알고도 수사기관에 이첩하지 않고 감찰을 중단(이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한 것 △유 전 부시장의 사표를 받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 해 금융위원회의 감찰 및 징계 권한을 방해한 것 등 두 가지다.

조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정무적 최종책임은 내게 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부시장이 조사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강제수사권이 없는 청와대가 감찰을 지속할 수 없어 정무적 판단에 따라 중단했다는 취지다. ‘정무 판단’이었던 만큼 법적 책임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감찰 중단이 위법적으로 이뤄졌고, 이 과정에 조 전 장관의 적극적 역할이 있었다고 본다. 검찰은 앞서 유 전 부시장을 구속기소하면서 “유 전 부시장의 중대비리 혐의 중 상당 부분은 특별감찰반 감찰 과정에서 이미 확인됐거나, 확인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 주장과 달리 특감반이 이미 유 전 부시장의 중대비리 혐의를 파악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수사 과정에서 특감반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감찰하고도 ‘최종보고서’를 만들지 않는 등 감찰 자체를 아예 없던 일로 덮어 버리려 했던 정황도 발견(한국일보 12월 25일자)했다.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주요 의혹. 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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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특성상 검찰이 이를 증명할 객관적 자료를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장전담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이 정무적 판단임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검찰이 이를 뒤집을 만한 객관적 증거를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다른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이 적극 소명하고 있고, 이미 유 전 부시장이 구속된데다 압수수색 등이 전격적으로 이뤄져 증거도 상당부분 확보된 마당에 구속이 필요한 지 의문”이라고 평했다.

영장이 기각되는 경우에는 그 사유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각 사유가 단순히 ‘도망ㆍ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는 것이라면 다소 비판이 있더라도 수사 동력에 급격한 차질을 빚지는 않겠지만, ‘범죄가 소명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나오면 검찰은 무리한 영장청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남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다른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경우 성립하는 직권남용은 입증이 까다로운 범죄다. 권한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 애매하고, 직권을 남용했다는 뚜렷한 물증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후 주요 법원의 직권남용죄 영장심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법원은 행위의 총책임자이거나 적극 관여한 인물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발부해 왔다. 반대로 중간 지휘라인에 있었거나 그 가담 정도가 낮다고 보는 경우에는 가차 없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올해 초 서울중앙지법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총책임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도, 지휘선상에 있던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 대한 영장은 기각했다. 올해 5월 정보경찰 정치개입 사건에서 강신명 전 경찰청장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도, 함께 영장이 청구된 전 치안비서관과 전 경찰청 정보국장에 대한 영장은 기각했다. 지난해 10월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경우 최종 책임자는 아니었으나, 적극적으로 사법행정권 남용에 가담한 점이 인정돼 영장이 발부됐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사례처럼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돼 구속수사 필요성이 없는 경우 영장이 기각된 예도 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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