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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법학자 출신의 한계였나…조국을 무너뜨린 '3가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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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구속 여부 가를 ‘운명의 날’

① 아마추어리즘 민정수석

권력기관·특별감찰반 이해 못해

② 따로 놀았던 민정수석실

검찰 메커니즘 잘 아는 사람 없어

③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악연?

조국 일가 비리 터지자 바로 수사

중앙일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4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부인 정경심 교수 면회를 마친 뒤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26일 열릴 예정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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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크리스마스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인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에게는 ‘생애 최악의 크리스마스’가 될 듯싶다. 26일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나고 구속 여부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그의 혐의는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2017년 8월 유재수(55) 당시 금융위원회 국장에 대한 비위 감찰 무마다. 실질 심사의 최대 변수는 검찰 대응의 강도다. 검찰총장 출신 A변호사는 “동부지검 지휘부와 통화했더니 ‘동부지검 지휘부와 수사검사들은 누구 편을 들고 안 들고의 문제가 아니라 오로지 진실규명과 그에 따른 의법처리가 목표다. 그래서 많이 담담하다’고 말하더라”고 수사팀 분위기를 전했다.

2년7개월 만에 서울대 로스쿨 교수 신분의 진보 법학자에서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변신했다가 ‘한 달 법무부 장관’을 거쳐 직권남용 피의자로 추락한 원인을 분석했다. 결론은 ‘아마추어리즘이 빚은 비극’이다.

①검찰 개혁에만 몰두=민정수석은 검찰·경찰·국가정보원·국세청·감사원 등 5대 권력 기관을 관할하는 막중한 자리다. “대통령 권력은 민정수석에게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김대중 정부 이래 21명의 민정수석 중 17명은 법조인 출신이다. 조직 장악력과 검찰과의 소통이 중시됐기 때문이다. 비법조인 출신은 김성재(DJ정부)·이호철(노무현 정부), 조 전 장관에 김조원 현 수석까지 딱 네 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장관을 초대 민정수석에 발탁한 것은 ‘개혁 대상 0순위’로 꼽힌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봤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은 민정수석 취임 이후 검찰 수사보다 제도 개혁에 몰두했다. 하지만 권력기관 운용에 관한 전문성과 현장 수사 경험이 부족했다. 검증 미비로 ‘인사 참사’가 잇따랐다. 특별감찰반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의 내부 비리 폭로 사건도 터졌다.

②민정수석실 장악 못해=조국의 민정수석실에는 검찰 수사권과 그 운용 메커니즘을 잘 아는 사람이 없었다. 교수 출신 조 전 장관뿐 아니라 대통령 친인척 관리 업무 등을 총괄했던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수사·조사·감찰 경험이 전무한 친노(親노무현)·친문(親문재인)계 핵심 인사였다. ‘청와대 하명 수사’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백 전 비서관의 ‘직속 별동대’ 격인 청와대 직원 2명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 진행상황을 직접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연루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때는 드루킹의 측근 변호사를 만나 민원을 청취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공안 검사 출신인 박형철 반부패비서관도 결정적인 순간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③윤석열 총장과의 악연도 작용?=윤 총장과 조국 전 장관은 출신 성분이 다르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과의 관계로 볼 때 조 전 장관이 ‘성골’이라면 윤 총장은 ‘6두품’격”이라며 “지난 검찰총장 인선 때 조 전 장관은 윤 총장 임명을 막판까지 반대했으나 문 대통령이 밀어붙여 관철시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신 조 전 장관은 봉욱 당시 대검 차장을 밀었다는 설이 돌았다. 이 때문에 윤 총장이 섭섭해했다는 얘기도 있다. 조 전 장관이 후보로 임명된 이후 인사 청문회 국면에서 사모펀드·입시 비리 의혹이 터지자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악연’으로 변했다. 수신제가(修身齊家)를 잘못했다가 결국 개혁 대상이었던 검찰에 발목을 잡히는 신세가 됐다. 윤 총장의 측근은 “조 전 장관은 ‘청와대 하명 수사’ 건에서도 이름이 등장한다”며 “둘 사이의 악연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병우 전철 따라가나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 장·차관급 인사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법처리에 쓰였던 직권남용죄가 적용됐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과거 민정수석의 음습한 불법행태를 배격하면서, 민정수석의 업무를 준법의 원칙에 따라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권 장악·전횡의 상징인 우병우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의 피력이었다. 하지만 이유는 ‘감찰 무마’로 다르지만 지금 그는 비슷한 처지가 됐다. 권덕진(50) 영장전담 판사의 26일 결정은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될까, 선물이 될까.

조강수 사회에디터 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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