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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키워드로 보는 2019 경제](2)달리고 싶은 타다·살고 싶은 택시…‘면허나누기’로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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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혁신의 딜레마

정부, 렌터카 수요·택시 피해 등 구체적 조사 없이 새 여객운수법 강행

기존 택시면허 사 영업하라는 새 법안, 신규 서비스 공급 제한 우려

“면허 기여금, 택시 보호인지 신규사업 경쟁력 향상인지 명확히 해야”

경향신문

그래픽 | 성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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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에 기반한 신산업과 기존 산업은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연초 택시기사의 카풀 반대 분신, 현재 ‘타다’와 택시업계의 극단적 대립은 이에 대한 답이 쉽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신규 업체들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고, 정부는 이들의 이익을 조정하는 수준에서 짠 새 법안을 강행한다. 올 한 해 벌어진 운송시장 논란을 통해 신산업과 기존 산업 조화에 필요한 방법을 모색해본다.

■ 준비 없이 마련한 대책

논의 과정부터 되짚자. 현재 전국 택시는 25만대다. 이들이 연간 8조원을 벌어들인다. 서울 법인택시기사 월급은 213만원에 그치는 등 택시업계는 열악하다. 반면 승객들은 불친절하며 승차거부를 밥 먹듯 하는 택시업계에 큰 불만이 있다. 지난해 말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시범서비스를 시작하자 택시업계는 카풀에 시장을 빼앗길 것을 우려했다. 택시기사의 분신이 이어졌고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택시-카풀 태스크포스’는 지난 3월 동선이 같은 경우에 한해 오전·오후 각각 2시간씩 허용하는 제한적 형태의 카풀을 ‘사회적 대타협’이란 이름으로 합의했다.

그러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사실상 영업을 중단했고 택시업계는 렌터카 호출서비스인 타다로 전선을 넓혔다.

지난 7월 국토교통부가 타다와 같은 플랫폼사업자가 택시면허를 구입해 영업하도록 하는 안을 담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내놨다.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를 앞둔 지금 타다는 해당 법안에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지난 3월 카풀 대타협과 7월 발표된 국토부 법안의 치명적인 약점은 ‘데이터’가 없다는 점이다. 승용차(카풀) 혹은 렌터카(타다)에 대한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얼마나 될지에 대한 연구가 전혀 없었다. 자연히 택시업계가 입을 피해가 추산되지 못했다. 심지어 한국교통연구원 등 연구기관의 설문조사도, 소비자와 업계를 아우른 공청회도 없었다.

적어도 2015년 “자가용으로 영업하는 우버(Uber)는 불법”이라는 법원 판결 이후 정부가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정부가 신규 사업자에게 택시면허를 구입해 영업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공급량에 대한 기본값은 전체 택시면허 숫자인 25만대로 정해졌다. 신규 사업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될지 모르니 우선 택시 공급량 안에서 단계적으로 신규 사업을 늘리겠다는 뜻이다. 해당 법안에 대해 “택시업계 이익에 기반해 신산업 확장 기회를 죽였다”고 신규 업체가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향후 이와 비슷한 논란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신산업에 규제를 완화할 경우 기존 산업이 어떤 변화와 피해를 입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구 산업 보호비용, 누가 감당?

향후 쟁점은 신규 사업자에게 허용하는 택시면허 숫자와 구입비용(기여금)이다. 이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택시업계에 유리할지, 신규 업체에 유리할지가 갈린다. 택시업계는 감차된 택시면허 가격(현재 1대당 7000만원 수준)을 고려해 기여금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신규 사업자는 “기존 산업의 보호비용을 왜 신규 업체가 감당해야 하느냐”고 반발한다. 국토부는 “기여금은 신규 사업자에게 부여하는 일종의 자격요건일 뿐 기존 산업 보호비용을 신규 업체에 전가하는 모델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규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택시면허의 수는 택시가 줄어드는 숫자에 비례해 정해진다. 여기에 정부 재정을 투입하지 않는다. 구조적으로 기여금으로 택시 감차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업체에서 걷는 기여금의 성격이 택시 보호를 위한 것인지, 신규 업체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소비자 편익을 위한 것인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신의 이익을 전혀 양보하지 않았던 업체들의 그간 모습으로 볼 때 향후 논의에서 정부가 묘안을 제공하지 못하면 양보 없는 줄다리기가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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