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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사설] ‘입틀막 기조’ 변함없을 것 예고한 윤 대통령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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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영수회담에서 방송심의에 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문제제기에 ‘정부에서 독립된 기관이 하는 일 아니냐’ ‘관여한 바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검찰의 기자 압수수색이 일상화됐다는 비판엔 ‘보고받지 않았다’며 ‘다만 (보도가) 허위 조작일 경우 국가 업무방해 행위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런 부분으로 수사가 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을 쥐려면 그 방법을 내가 잘 알고 있는데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도 했다. 회담 참석자들이 전한 이 발언들을 보면 윤 대통령이 총선 이후에도 언론 기조를 바꿀 뜻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민간독립기구의 외피를 쓴 검열 권력’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정권 비판적 언론 보도들에만 무더기 징계를 내리는 것에 아무런 문제를 못 느끼는가. 대선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검찰이 기자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하는 것이 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에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로 오른 것은 외면하는가. 공영방송 장악 양태가 속속 드러나는데도 ‘언론을 장악할 생각이 없다’고 하니 우리가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대통령실이 총선 전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이 비판받자 ‘언론 자유가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이라고 강변한 데서 달라진 게 없다.

그 와중에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다룬 MBC 보도 등에 대해 또 중징계를 의결했다. 한 여당 추천 위원은 “갑자기 방송에서 평범한 가정주부가 청탁 선물을 받았다고 온 국민에게 떠든 꼴”이라는 황당한 논리를 폈다. 고가의 선물을 받은 대통령 부인을 ‘평범한 주부’ 피해자로 두둔한 건가. 선방위는 총선 중에 역대 최다인 30건의 법정제재를 내렸고 그중 상당수는 김 여사 보도였다. 선방위 존재 이유가 대통령 가족 보호인가.

‘독립된 기관’이 하는 보도의 공정성 심의여서 법적 문제가 없다고만 주장해서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방심위는 ‘공정성’을 내세워 사실상 정부 비판적인 보도에 칼을 휘두르고 있다. 그 논리대로면, 모든 언론이 기계적 균형을 지키며 무색무취한 보도를 해야 하는데 그럼 다양한 언론이 왜 필요한가. 법치·공정성이라는 추상적인 말 뒤에 숨어 언론 자유를 옥죄는 게 이 정부 기조인지 묻게 된다. 그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윤석열 정부는 민주화 이후 언론 자유 면에서 가장 퇴행한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다.

경향신문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의 한 상점 텔레비전 화면에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담 장면이 중계되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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