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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닥터 코퍼가 속삭인다, 경기 바닥찍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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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협상 타결이 임박한 가운데 각종 경기 선행 지표들도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경기가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바닥을 찍었다고 해서 곧바로 경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13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장중 2.83달러까지 올라 지난 5월 7일 장중 최고가 2.86달러 이후 7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종가는 2.78달러로 지난 9월에 비하면 11%가량 올랐다.

제조업, 건설업, 전력 산업, 운수업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구리의 가격은 경제학자보다도 실물 경제를 잘 예측한다고 해서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중국이 전 세계 구리의 절반가량을 소비하기 때문에 중국의 경기 동향을 파악하는 데도 유용하다. 그런데 11월 중국의 구리 수입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 증가하며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여기에 미·중 무역 협상 타결로 중국의 경기 회복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가세하면서 구리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손익분기점 3달러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0.2로 올해 3월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PMI는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을, 50을 밑돌면 경기 수축을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하는 글로벌 경기선행지수(CLI)도 모처럼 반등했다. OECD 32개 회원국과 주요 6개 비회원국(브라질,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남아공)의 10월 CLI는 99.29로 9월보다 0.01포인트 올랐다. 지난 2017년 10월 이후 2년 만에 첫 반등이다. 특히 유로존의 경기 둔화를 상징해온 독일의 경기선행지수도 2017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0.04포인트 반등했다.

이런 긍정적인 지표들이 나오면서 한국 경제에도 수출을 중심으로 온기가 퍼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독일 등 유로존을 중심으로 경기 반등 신호가 확인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OECD CLI가 국내 수출 경기의 중요한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수출 감소 폭도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가 반등하더라도 미약한 수준의 기술적 반등에 그칠 것이라고 어둡게 전망하는 전문가도 많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중 무역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중국의 경기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며 "중국의 경기 둔화가 우리나라 수출 회복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 세계경제가 신흥국을 중심으로 일부 반등하겠지만 미국, 일본, 유로존, 중국 등은 하강 국면이 지속돼 전체적인 반등세는 강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기관의 대체적인 시각"이라며 "우리나라의 경기도 올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내년에 숫자상으로는 미약한 반등세가 나타나겠지만, 체감상으로는 경기가 좋아졌다고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규민 기자(qm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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