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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MT리포트]등장부터 통과까지…'민식이법', 61일의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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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예나, 원준식 인턴 기자] [편집자주]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식이법에 대한 논란이 과잉처벌, 악법 주장에 이어 보수·진보간 진영대결과 이념논쟁으로까지 확산됐다. 법안 내용을 정확히 이해해 어린이 교통안전을 어떻게 강화해야 할지에 대한 후속 논의가 필요한 자리에 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입법 과정에 대한 아쉬움이 자리잡았다. 민식이법을 낳기까지 우리가 무엇을 놓쳤기에 이런 논란이 일어나는 것일까.

[the300] [민식이법, 어떻게 볼 것인가]발의 후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까지 논의 없던 민식이법…본호의 통과 직전까지 정쟁에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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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간 국회를 맴돌았던 '민식이법'은 지난 10일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10월 11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이 관련법을 발의한 지 61일만이었다.

발의 당시에는 관심을 받지 못했던 민식이법은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하면서 여론의 화제에 올랐지만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정국에서 여야의 '협상 카드'로 곤욕을 겪기도 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의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한 민식이법은 국회에서 61일 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조국·공수처법 등에 뒷전= 김민식군(당시 9세)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안타까운 사고 소식은 국회에서 잠자던 어린이안전법안에 대한 관심을 깨웠다.

충남 아산시을 지역구의 강훈식 의원은 지난 10월 민식이법을 처음으로 대표 발의했다. 스쿨존 내 단속 카메라 의무 설치 조항이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12대 중과실로 인한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이었다.

충남 아산시갑 지역구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도 10월 15일 관련법 개정안을 냈다. 스쿨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특가법 개정안에선 '12대 중과실' 조항이 없는 것이 '강훈식 안'과 달랐다.

민식이법은 처음엔 국회에서 눈길을 받지 못했다. 강 의원의 법안 발의 직후인 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를 선언하며 국회는 물론 여론 관심도 '조국 사태'에 몰렸다.

여야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정감사, 조국사태, 공수처 공방 등 주로 정쟁에 바빴던 국회에 '민식이'는 없었다.

◇'민식이법' 발로 뛴 부모, 관심 표한 文대통령= 민식군 부모가 직접 나섰다. 국회 파행으로 민식이법 계류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민식군 부모는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리고 TV에도 출연했다. '하이라이트'는 지난달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출연한 MBC '국민과의 대화'였다.

어머니 박초희씨는 민식군의 영정사진을 들고 나와 조속한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바로 다음날인 20일 청와대 참모진과 관련 부처에 "운전자들이 스쿨존을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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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 부모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11.19. dahora8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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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당부에 민식이법은 급물살을 탔다. 국회는 이전까지 논의조차 없던 민식이법을 빠른 속도로 심의했다. 행정안전위원회는 11월 21일 법안심사소위에서 민식이법 중 하나인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일부 야당 의원이 법안 처리가 너무 급하다며 불만을 제기했지만 만장일치로 소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27일 행정안전위원장 대안으로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특가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 논의를 건너뛰고 11월 29일 전체회의에 곧장 넘어갔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서 법제사법위원장 대안으로 통과돼 민식이법은 상임위 문턱을 모두 넘었다.

◇필리버스터 정국 속 '협상 카드' 곤욕=상임위를 넘은 민식이법은 11월 29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본회의 개선이 무산되면서 민식이법은 처리가 미뤄졌다.

여야 정쟁이 문제였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에 반대하며 본회의에 상정된 199개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이에 민주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개의 연기를 요구했다. 이날 본회의 개의가 무산되면서 민식이법을 포함한 수많은 비쟁점법안의 처리도 불발됐다.

여야의 책임 공방 속에서 민식이법은 본회의 상정 대신 '협상 카드'가 됐다. 당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신청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저희가 필리버스터 신청한 법안에 앞서 민식이법 등을 먼저 상정해 통과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필리버스터의 철회를 우선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꼬인 정국은 해결되지 않았다. 어린이안전법의 통과를 주장해온 피해 어린이 부모들은 "왜 우리 아이들을 협상 카드로 써야 하느냐"며 울먹였다.

결국 민식이법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10일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과 함께 극적으로 처리됐다. 한국당이 9일 필리버스터 철회를 제안하면서 여야는 협상을 재개했고, 10일 본회의에서 민식이법 등 일부 비쟁점법안들이 의결됐다. 이날 민식이법은 본회의 개의 20분 만에 통과됐다.

김예나, 원준식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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