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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종부세 올랐지만 매물 실종…“집주인들 버티자는 심리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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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아파트값 거침없이 뛰는 서울

24주 연속 가격상승 속 거래 위축

한달만에 1만350건→3656건으로

‘집값 너무 올라’ 경계심리 확산에

집주인들은 “더 오를것” 매물 회수

공급부족 탓 신축 위주 상승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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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그런지 팔겠다는 집주인도 사려는 수요자도 확 줄었어요.”

지난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 앞 사무실 문을 막 열고 청소를 하던 공인중개사 ㄱ씨는 이렇게 말했다. ㄱ중개사는 “매도가 급한 사람은 이미 다 팔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기점으로 매매가 많이 줄었고 이달 초부터 더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보면, 이 단지 33평형(전용면적 84㎡) 중간층 매물은 올해 3월 11억8천만원에 거래됐으나 8월에 16억5천만원을 찍은 데 이어 10~11월에 14억8천만~15억8천만원에 거래됐다. ㄱ중개사는 “24평형도 올해 2~3월에 10억8천만원 정도에 거래됐는데 지금은 12억~13억원까지 올랐다”며 “이제 이곳 아파트를 사는 사람은 종부세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6개월째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거래량이 급감해 향후 집값 움직임이 주목된다. 12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을 보면, 9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전주 대비 0.17% 올랐다. 24주 연속 오름세이면서 지난해 정부의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 최대 오름폭이다.

호가 위주로 값은 오르지만 지난달부터 거래는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을 보면, 서울시 전체 아파트 매매 건수는 10월 1만350건으로 올해 처음으로 1만건을 넘겼지만, 11월에는 3분의 1 수준(3656건)으로 확 줄었다. 자치구별로 보면 송파구가 10월 788건에서 11월 164건(전월 대비 20.8%)으로 강남 3구 중 낙폭이 가장 컸고 강남구도 568건에서 129건(22.7%), 서초구 386건에서 118건(30.6%)으로 감소했다. 마포구(374→135건), 용산구(176→67건), 성동구(480→159건)도 마찬가지였다. 12월 들어서도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349건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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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거래량이 줄고 매수세가 움츠러든 것은 최근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경계심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부동산 관련 카페에서는 추격매수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고가에 집 잘못 사면 패가망신한다”, “매수세가 없는데 혼자 최고가로 사버리면 그 가격에 누구도 되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2년 전에도 거품이라고 했다. 실거주 목적이라면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는 반론도 있지만 거의 고점에 다다른 상태에서 섣불리 들어갔다가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에 번지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집주인들의 집값 추가 상승 기대가 여전한 것도 거래가 잠잠해진 이유 중 하나다. 잠실의 공인중개사 ㄴ씨는 이 지역에 오래 살았다는 ‘어르신의 말씀’을 이렇게 전했다. “1986년에 지어진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당시 압구정 아파트보다 더 비쌌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치동·개포동 아파트는 게임도 안 됐는데 지금은 비슷하다. 그러니 우리 아파트는 앞으로 더 오를 거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 64평(213㎡)은 올해 5월 28억원(5층)에 거래됐으나 6월에 33억7천만원(12층)을 거쳐 11월 36억원(13층)을 찍었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보다 4년 전에 지어진 압구정 현대아파트 10차 50평(164㎡) 매물은 5월에 이미 30억원을 넘겼고(30억9천만원, 5층), 10월에는 37억원(11층)에 거래됐다. 서초구 잠원·반포동 등 강남에서 최고가를 찍고 있는 다른 지역과의 ‘키 맞추기’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상한제 등 분양가 통제에 따라 강남 재건축 시장은 위축됐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기존 신축 아파트 값이 계속 오를 거라는 기대도 존재한다. 서울 반포동의 공인중개사 ㄷ씨는 “래미안퍼스티지 같은 선호 단지의 경우 한 달에 매물이 두세 건씩 꾸준히 있고 수요도 마찬가지”라며 “3년 전에도 지금 사면 상투 잡는 거라고 했지만 계속 올랐다. 평당 1억원은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래미안퍼스티지 34평형(114㎡)의 최근 실거래가는 11월의 30억2천만원이다.

올해 종합부동산세 세율이 인상됐지만 시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인상된 종부세가 고지되면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을 거라는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잠실의 ㄴ중개사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아 내는 양도소득세가 수억원이다. 종부세 오른 것보다 양도세 내는 금액이 워낙 크다”며 “양도세를 낮춰야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포동의 ㄷ중개사도 “매도자 입장에선 양도세 내고 나면 손에 쥐는 게 없다. ‘이 정권 언제까지 가겠냐, 일단 버텨보자’는 심리가 강하다”고 전했다.

시장에선 수요를 억제하는 동시에 공급 부족을 해소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종부세보다 양도세를 훨씬 무서워하는 상황에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등을 통해 보유세를 더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초과이익 환수를 전제로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 용적률을 높이고 역세권, 저층 주거지, 도시재생 주택이 얼마나 어떻게 공급될 것이라는 식으로 공급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다주택자 보유세 늘리면서, 양도세 한시 인하도 고려할만

전문가들이 말하는 ‘거래 숨통’ 방안

집주인들 양도세 부담 커지자

매도 대신 증여 등 우회로 택해

“임대업 세제 혜택 축소도 필요”

최근 국세청의 2019년도 종합부동산세 부과 이후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매수 심리가 다소 위축되고는 있지만 서울 아파트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지난 7월부터 다섯달 연속 서울 아파트값을 밀어올린 과잉 유동성, 공급 부족을 걱정하는 수요자 불안심리 등이 쉽게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진단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은 부동산시장에 몰린 과잉 유동성 때문으로, 당분간 이런 흐름이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다. 주식시장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고 이렇다 할 대체 투자처도 떠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과 함께 주택시장을 덮친 주택 공급량 감소 및 집값 상승 우려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인지도 집값 향방의 열쇠다. 정부는 지난 7월 신규 아파트 분양가와 기존 주택 집값의 연쇄상승 고리를 끊기 위해 분양가상한제 확대 방침을 밝히고 지난달 실제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시장에선 정부 의도와는 반대로 ‘분양가상한제 → 공급 감소 →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확산되고 실수요자들까지 덩달아 급히 매수에 뛰어들면서 집값이 올랐다. 이 때문에 시장에 신규 아파트 공급이 원활해질 것이라는 확실한 신호가 나오지 않는 한 공급 부족에 대한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덜어내기가 어려워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최근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총회를 열고 내년 초 일반분양에 나서기로 결정하면서 그동안 꽉 막혔던 서울 아파트 신규 공급에 물꼬를 트는 마중물이 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둔촌주공은 총 1만2천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만 5천여가구로, 정부의 분양가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한때 후분양 전환까지 검토했던 단지다. 이런 상징성이 있는 둔촌주공의 조기 분양 결정에 따라 그동안 일반분양 여부를 고민하던 상한제 적용 지역 서울 27개 동의 재개발·재건축 단지 20여곳이 잇따라 일반분양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진단이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더블유엠(WM)스타자문단 부동산전문위원은 “이달부터 서울 재개발·재건축 분양물량이 늘어나면 실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는 다소 누그러질 전망”이라며 “그러나 수요에 비해선 턱없이 공급 물량이 부족한 데다 청약 가점이 높은 중장년층 외 30대 등 젊은층의 당첨은 사실상 불가능한 탓에 아파트값 안정으로 곧바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최근 집값 상승과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정책에 따라 내년 보유세 부담이 올해보다 더 늘어나면 수요자들의 고가주택 구입이 신중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주택 수요자로선 내년도 공시가격을 확인하고 보유세 부담까지 고려해 매입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고 보유세 부과 기준일인 6월1일 이후로 매입을 늦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유세 증가분보다 집값 상승폭이 훨씬 큰 데다 다주택 집주인은 높은 양도소득세(조정대상지역 최고세율 50~60%)를 부담하면서 주택을 처분하기보다 가족간 증여를 선택하는 게 이미 대세로 굳어졌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진단이다. 이에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시가격 현실화로 보유세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대신 양도세는 한시적으로 인하해 주택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2017년 ‘8·2대책’에서 양도세를 강화한 정부로선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준다는 게 쉽지 않은 선택이겠지만 비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한시적인 조처로는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매도자 누구에게나 혜택을 주는 게 아니라 무주택자나 이사 목적 1주택자 등 실수요자에게 매각하는 경우에 한해 감세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 ‘매물 잠김’ 현상의 또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임대주택 등록제와 관련해선,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축소해 사업자 증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주택자들이 전월세를 놓고 있는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임대차 시장 안정 효과가 있는 대신 임대 의무기간인 4~8년 동안은 매물로 나오지 못하게 된다. 서울의 경우 전체 주택 370만호의 12.7% 가량인 47만호가 임대주택으로 등록돼 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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