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헌고 학생 "교육청 조사는 짜고 치는 고스톱… 참담"

"용기내 알렸는데 일베 낙인찍어" "교육감도 정치사상 주입의 공범"

학생들, 내일 서울교육청서 회견

"예상은 했지만 막상 아무런 징계도 하지 않겠다는 결과를 듣고 나니 참담하고 허탈하네요." 서울 인헌고의 '정치 편향 교육' 문제를 외부에 알렸던 이 학교 3학년 김화랑(18)군은 21일 '인헌고 논란은 법·행정적 징계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서울시교육청 조사 결과 발표에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용기를 내어 세상에 증언했지만, 어른들은 오늘 우리에게 '일베' '극우'라는 낙인을 찍었다"고 했다. 김군은 지난달부터 편향 교육에 반대하는 학생 모임인 '학생수호연합'(이하 학수연)의 대표를 맡고 있다.

김군은 서울시교육청 조사 결과에 대해 "교육청과 정치 교사들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했다. 이 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조국 관련 뉴스는 가짜 뉴스'라고 말한 것에 대해, 이날 교육청은 "학생이 가져온 영상에서 사실이 아닌 부분을 확인해주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했다. "너 일베 하니"라는 교사 발언도 교육청은 "학생이 '거짓말하는 것은 조국이죠'라고 하자 우발적으로 나온 발언"이라고 했다. 이런 판단에 대해 김군은 "교육 담당자들이 학생들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리다니, 참담하다"고 했다.

김군은 "아직 이 학교를 한참 더 다녀야 하는 1~2학년들이 이번 결과 발표에 특히 동요하고 있다"고 학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정치 편향 관련 문제 제기를 하면 교사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낀다. 학교생활기록부 등 불이익을 우려한 학생들이 더 이상 자기주장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학수연에 따르면, 최근 일부 학생이 교감 등을 상대로 교내 공개 청문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한 본지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3학년 최모군은 "조희연 교육감도 '정치사상 주입의 공범'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학수연 학생들은 23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이번 조사 결과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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