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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인사실 반대했지만 인사권자 뜻 강해 못 막아” 양승태 법관 불이익 강행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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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특정 법관에게 불이익을 주는 인사발령을 내려 할 때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인사실)이 구체적으로 반대한 내용이 법정에서 처음 공개됐다. 부당한 인사를 윗선에서 강행한 정황이다. 인사실은 인사 실무를 담당한다.

검찰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재판에서 2015년 9월5일자 ‘2015년 정기인사 후기’ 문건을 공개했다. 그해 2월 법관 정기인사 때 법원행정처 인사1심의관이었던 이흥주 판사가 작성했다.

이 문건에는 “송승용 판사의 통영 배치는 인사실에서는 반대했습니다만 인사권자의 뜻이 강하여 이를 막지는 못했다”며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도 (대법원 정책에 반대하는 내용의) 글 게시에 대한 문책성으로 받아들인다는 소문이 있다”고 기재돼 있다.

경향신문

지난 13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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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으로 나온 노재호 판사는 인사실이 송 판사의 통영 배치를 반대한 이유에 대해 “송 판사에 대한 물의야기로 검토된 사유가 과연 판사들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지원인 통영지원까지 배치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실무자로서는 다른 생각을 가졌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인사배치안을 보면 송 판사는 인사 우선순위인 형평순위가 A등급이었지만 갑자기 G등급으로 변경됐다. 통영지원은 송 판사의 희망지도 아니었다.

노 판사는 “결재라인의 어느 단계에서 (통영 배치로) 결정됐는지 구체적으로 듣지는 못했다”고 했다. 노 판사는 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인사실에 근무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문건 중 송 판사 부분에는 ‘물의야기 내용(부적절한 게시글)’이라는 항목이 있다. 그 아래에는 송 판사 글을 두고 “양창수 대법관 후임 대법관 절차 진행 중이던 2014년 8월 2003년 대법관 임명제청 관련 사법파동에 관한 글을 코트넷(법원 내부통신망)에 게시하면서 이를 법원 내부의 자발적인 역량들이 모여 우리 사법사의 물줄기를 바꾼 사건으로 평가”라고 적었다. 문건은 송 판사의 글 게시 내역도 첨부했다. 대법원 정책에 반대하는 글 게시를 인사 불이익을 줄 사유로 기재한 것이다. 양 대법관 후임은 권순일 대법관이다. 권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 취임 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지냈다.

문건의 ‘인사조치’ 부분에는 ‘형평순위 강등해 지방권 법원 전보’가 1안으로 제시돼 있다. 그 옆에는 수기로 브이(V) 표시를 한 게 나온다. 이 문건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 강형주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2015년 1월22일 결재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운영위원·핵심 멤버 등이 적인 법관 인사관리시스템 메모란도 공개됐다. 메모란에는 “사법제도는 연구회의 전문분야인 국제인권법과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러한 소모임(인사모)은 부적절함”이라며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자칫 우리법연구회와 같은 모임으로 변질할 우려가 있음”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등이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이같은 내용을 인사실 심의관에게 기재하게 한 것으로 본다.

노 판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회도 간사나 총무를 기록하는 때가 있었다”며 “국제인권법연구회와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이야기되는 민사판례연구회 회원들도 메모란에 기입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노 판사는 이어 “당시 (임종헌) 차장이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실무자로서는 (인사권자가) 어느 판사가 회원인지를 참고할 수 있게 기록해놓은 측면도 있다”고 했다. 노 판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문건 작성에 관여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문건에 결재는 했지만 내용을 구체적으로는 몰랐다는 입장이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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