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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있으면 “없애달라” 없으면 “늘려달라” 거리 쓰레기통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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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서울 버스 음식물 반입 막자

“쓰레기통 너무 적다” 민원 늘어나

경기·광주서도 시민들 의견 분분

전문가 “유동 인구 고려 배치해야”

서울시 시민 토론회 열어 논의키로

중앙일보

서울 시내에 있는 한 쓰레기통에 커피컵 등이 쌓여 있다. 전국 곳곳에서 길거리 쓰레기통을 두고 ’부족하다“며 추가 설치를 바라는 의견과 반대로 ’철거해야 한다“는 민원이 맞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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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서울시청 방향으로 걸어 나오던 직장인 황모(38)씨의 손에는 테이크아웃 커피컵이 들려 있었다. 정동길을 걷던 10분여 동안 쓰레기통을 한 개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횡단보도 앞에서야 쓰레기통을 발견한 황씨는 “이 정도면 쓰레기통을 빨리 찾은 것”이라며 “길거리에서 쓰레기통이 잘 안보이게 된 지 꽤 오래된 듯하다. 길에서 쓰레기가 생기면 주로 카페나 공중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린다”고 말했다.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에 따르면 중구의 하루 유동 인구는 약 33만 명(지난달 5일 기준)이다. 중구 길거리엔 쓰레기통이 총 360개 있다. 인구 916명당 쓰레기통은 한 개가 있는 셈이다.

테이크아웃이 일상화됐지만 길거리 쓰레기통 개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길거리에 있는 쓰레기통 개수는 현재 총 6940개다. 1995년 7607개였지만 2007년 3707개로 대폭 줄였다. 95년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되면서 무단 투기를 예방한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다 “쓰레기통이 너무 적다”는 민원이 끊이질 않자 2017년 5939개, 지난해 6542개로 늘렸다. 하지만 여전히 길거리에서 쓰레기통을 찾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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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쓰레기통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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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지난해 3월부터 버스에 테이크아웃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면서 길거리 쓰레기통 추가 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쓰레기통이 없는 버스정류장에는 커피컵 등이 버려지는 경우가 있다. 직장인 정진영(42)씨는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버스를 타다가 승차 제지를 당했는데, 정류장에 컵을 버릴 때가 없어서 결국 다음 버스도 타지 못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쓰레기통 개수가 적다 보니 무단 투기도 자주 일어난다. 중구청 60대 환경미화원은 “쓰레기통이 꽉 차면 주변에 쓰레기가 버려지기 시작한다. 누구 한 명이 버리면 다 따라서 버린다”고 말했다.

쓰레기통의 설치와 관리 의무는 구청(기초자치단체)에 있다. 서울에서 쓰레기통이 가장 많은 구는 강남구로 2010년 630개에서 현재 960개로 늘었다. 반면 동대문구·중랑구·성북구·노원구 등은 쓰레기통 개수를 줄였다. 서초구 등엔 테이크아웃 커피컵만 버리는 쓰레기통도 등장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경기도의 전체 거리 쓰레기통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306개다. 2017년 말에는 1695개였다. 2017년과 2018년 각각 121개, 142개가 추가로 설치됐지만 없어진 곳도 있어 전체 개수는 줄었다. 광주광역시 거리에는 현재 565개의 쓰레기통이 설치돼 있지만 늘리지도 줄이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거리에 쓰레기 버릴 곳이 없다”며 쓰레기통을 설치해달라는 민원과 “집 앞이 쓰레기 투기장이 된다”며 철거를 바라는 불만이 매년 비슷하게 접수되고 있어서다. 양쪽의 민원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광주 5개 구청 창고에 153개의 쓰레기통이 보관되고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거리에 쓰레기통이 있다고 해서 집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것은 거의 사라졌다. 유동 인구와 쓰레기 양에 비해 거리 쓰레기통이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쓰레기통 개수도 유동 인구를 고려해 체계적으로 배치하고 치우는 횟수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거리 쓰레기통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이달 6일 오후 토론회를 연다. 시민·전문가, 시·자치구 담당 공무원 등 100명이 참석한다. 한성현 서울시 도시청결팀장은 “거리 쓰레기통의 개수와 디자인, 적절한 분리 배출 방안, 청결 유지 등 모든 부분을 논의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수원·광주=최은경·진창일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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