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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약속 지킨 게 뭐냐“ 법외노조 유지, 정시 확대에 화난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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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 교사 결의대회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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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법외노조 즉각 취소하라”

“직권취소 거부하는 문재인 정권 규탄한다”

24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주최한 ‘법외노조 철회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한 조합원 350여명(주최 측 추산)이 외치는 구호다.

이날로 전교조는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로 통보받은 지 만 6년째를 맞았다. 마이크를 잡은 김현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의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노조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한 지 만 6년이 지났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2년 6개월이 넘었지만, 법외노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해직교사 33명은 여전히 거리의 교사로 남아있고 5만 조합원은 노조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밝힌 ‘정시 확대’도 정면 비판했다. 그는 “조국 사태에서 보여줬듯 교육이 특권을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데도, 오히려 대통령은 불평등한 구조를 고착화하는 방침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김 부위원장은 “철학도 없고 교육 현장을 하나도 모르는 대통령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 아이들을 볼모로 잡는다면 이 정부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전교조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권이 교체되면 금세 해결될 줄 알았던 법외노조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데다가, 대통령이 직접 대입 정시 비중의 확대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공교육 정상화란 취지에서 정시 확대에 반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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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의 최대 현안은 노조로서 법적 지위를 잃게 한 법외노조 통보의 취소다.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를 통보받았다. 노동조합법 등에 따라 해직자는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데도 조합원 중 해직교사가 있다는 게 문제가 됐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취소 소송’을 냈지만 1·2심 모두 패소했다. 이에 대법원에 상고했고 3년 넘게 계류 중이다.

전교조는 정권이 바뀌면서 법외노조도 자연히 철회될 거라 기대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문제 해결을 약속했고, 정권 교체 후 김상곤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범정부 차원의 문제로 부처 간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러나 교원노조법 개정과 대법원 판결 등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교조는 정부에 “서운함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다”고 한다. 전교조 관계자는 “현 정부는 오로지 정치적 셈법에만 매달려 국가인권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 등의 권고도 무시한 채 교사의 기본권 침해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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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는 문 대통령이 22일 공언한 대입 정시 확대 방침에 대해서도 각을 세우고 있다. 전교조는 당일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정시 비중 상향’ 발언 한마디로 대입체제 개편 논의가 좌지우지되는 것은 교육 백년대계라는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대단히 불행한 일”“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대입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23일엔 다시 성명을 통해 “정시 확대는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것이며 토론과 학생 참여 수업을 강조하는 현재 교육과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교육이 한낱 국면타개용 제물이 된 데 참담함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교육계 일각에선 법외노조·정시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전교조 간 갈등이 2003년 진보 성향의 노무현 정부 당시 빚어졌던 갈등과 유사한 양상이란 지적도 나온다. 당시 정부는 학교와 시·도교육청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교육행정 업무를 일괄처리할 수 있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을 추진했다.

이에 전교조는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반발하면서 대규모 교사 연가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당시처럼 정부와 전교조의 갈등이 심각해지면 교육 현장의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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