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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정부 "액상형 전자담배 일절 사용하지 마세요"…궐련형전자담배 업계 표정관리?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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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3일 위해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을 중단할 것을 권고하는 강수를 뒀다. 지난달 '사용 자제' 권고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으로, 최근 국내외에서 보고된 피해 의심 사례들을 고려할 때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담배사업법상 담배의 정의에 연초의 잎만 규정돼 있어 줄기, 뿌리 추출 니코틴이나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는 상당수 액상형 전자담배가 '담배'에 포함되지 않는 문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담배 제조·수입자가 성분·첨가물 등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가향물질 첨가도 금지하는 등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할 방침이다.

정부의 발표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심각한 인체 유해성을 시사하는 징후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다만 이번 정부 발표에는 제품 회수나 판매 금지와 같은 근본 대책이 빠져 있다.

이런 조치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폐 손상의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유해성분 분석을 마치고, 위해성 여부를 내년 상반기 안에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국민 건강의 심대한 위협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수개월간은 법적 규제의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발표가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법적 강제장치나 처벌 규정이 없는 권고적 성격에 그친 것은 위해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의적으로 법적 규제에 나설 수 없는 정부의 고충이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인체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무해하다는 뜻은 아니다.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보듯 나중에 인체 유해성이 밝혀지는 경우 그사이 벌어진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이번 정부 발표를 사용 중단이 아니라 사실상의 '사용 금지'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적어도 정부가 인체 유해성 여부를 최종 판단할 때까지라도 액상형 전자담배를 일절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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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편의점에 액상형 전자담배가 전시되어 있다. 뉴스1


정부가 지난달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제'를 권고한 데 이어 '사용중단'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 브리핑'을 열고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 사용을 중단해달라고 밝혔다.

특히 아동·청소년과 임산부,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비흡연자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절대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현재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의 경우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 가운데 기침, 호흡곤란, 가슴통증 등 호흡기 이상 증상이 나타나거나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 소화기 이상 증상, 피로감, 발열, 체중감소 등 기타 증상을 경험했다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병의원을 방문해야 한다.

이는 미국에서 15일(현지시간) 기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관련 중증 폐 손상 사례가 1479건, 사망사례가 33건 발생하고, 국내에서도 지난달 20일 이후 의심사례가 1건 보고된 데 따른 조치다.

국내 의심사례 환자는 30대로 궐련형 담배를 피워오다 최근 6개월 이내 액상형 전자담배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흉부 영상에서 이상 소견이 있었지만,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검사가 음성으로 나왔다. 환자는 호전돼 퇴원한 상태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최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해 폐 손상과 사망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국내에서도 유사한 의심사례가 신고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라며 "안전관리 체계 정비와 유해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말했다.

◆정부, 액상형 전자담배 사실상 '사용 금지' 권고…강경한 입장 왜?

복지부는 또 관계부처와 액상형 전자담배의 안전관리를 위한 2차 대책을 내놨다. 관리체계 강화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올해 안에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현재는 담배를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제품으로만 보고 있지만, 앞으로는 '연초의 줄기·뿌리 추출 니코틴 제품 등을 포함하도록 정의를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담배를 넓게 정의하고 있고, 2007년 이후 담배제품에 대해서는 식품의약청(FDA)이 성분, 유해성, 공중보건 영향 등을 검토해 허가해야만 판매가 가능하다.

담배 제조·수입자가 담배와 담배 연기에 포함된 성분·첨가물 등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청소년이나 여성 등이 흡연을 쉽게 시작하도록 향을 내는 가향물질 첨가도 단계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이는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인 '담배정의 확대 법안', '담배 유해성분 제출 및 공개 의무화 법안', '가향물질 첨가 금지 법안'이 통과돼야 추진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번 사용중단 권고 조치는 위해성 논란에도 사용자의 자발적인 노력에 기댈 뿐 제품 회수나 판매금지 등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복지부는 청소년 흡연을 유발하는 등 공중보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 제품을 회수하거나 판매금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정영기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제품안전기본법에서는 유해성이 좀 나와야(인과관계가 확인돼야) 판매금지가 될 수 있다"며 "그래서 (공중보건학적 악영향을 미치면 판매금지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추진하고 이에 준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세계일보

23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 롯데호텔에서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가 신제품 ‘아이코스3 듀오’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또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과 폐 손상 연관성 조사도 신속하게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품회수, 판매금지 등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액상형 전자담배 안에 대마 중 환각을 일으키는 주성분인 'THC'(tetrahydrocannabinol), 비타민 E 아세테이트 등 7개 유해성분 분석을 11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인체유해성 연구 결과를 내년 상반기 안에는 발표할 예정이다. 질본과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전문가 등 민·관 합동 조사팀을 구성해 응급실·호흡기내과 내원자 중 중증 폐 손상자 사례를 조사하고 전방위적으로 추가 의심사례를 확보해 연관성을 밝히는데 속도를 낸다.

◆제품회수, 판매금지 등 강제조치 없어 다소 아쉽다는 시각도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와 니코틴액 수입 통관도 강화한다. 불법 판매행위 단속과 홍보 역시 강화할 방침이다.

국내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11개 회사 36개 품목이다. 다만 담배로 관리되지 않는 줄기·뿌리 니코틴 등 담배 유사제품이 상당수 판매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반출량과 전자담배용 니코틴액 수입량은 75억4600만원으로 전년도 1억8600만원보다 많이 증가했다.

이에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제조·수입업자에게 제품안전기본법,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THC, 비타민 E 아세테이트를 포함한 구성성분 정보제출을 요청할 계획이다.

니코틴 함량이 1% 이상인 경우 유독물질 수입신고 관련 서류를 구비하도록 하고, 줄기·뿌리 니코틴인 경우 통관 시 수출국 제조허가증 등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통관절차도 강화한다.

해외직구나 특송화물로 반입되는 니코틴은 간이통관에서 배제하고, 불법의심 해외사이트에서 유입되는 제품에 대한 현장검사도 시행된다.

관세청은 중국, 미국 등 수출국 내 영사관 등 재외공관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니코틴액 제조·수출자, 제조공정에 대해 검증을 하고, 줄기·뿌리 니코틴 관련 세액탈루, 부정·허위신고 혐의에 대한 철저한 관세 범칙조사 및 세액심사를 추진한다.

전자담배 기기 폭발 등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전자담배 기기장치 무단개조 및 불법 배터리 유통판매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법 위반자는 형사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청소년 대상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행위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각급 교육청, 학교 등을 통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의 위험성을 청소년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이다.

청소년 전자담배 사용률은 2011년 4.7%에서 계속 감소해 2017년 2.2%를 기록했지만 2018년 2.7%로 0.5%포인트 다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성인 사용률(2017년 기준 2.7%)과 유사한 수준이다.

박 장관은 "국회에 계류 중인 담배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법률안이 조속히 처리되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라며 "법률안이 개정되기 전까지 사용중단 강력 권고를 비롯한 관계부처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 통과돼야"…복지부 법 개정 착수

이날 정부가 내놓은 2차 대책은 △법적 근거 마련 △신속한 조사 실시 △안전관리 강화 △니코틴액 등 수입통관 강화 △불법 판매행위 단속 및 유해성 교육홍보 등 크게 5가지로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정부가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 관리 조치로는 대마 성분인 'THC(tetrahydrocannabinol)'와 '비타민 E 아세테이트' 등 구성성분 정보 제출 요구다. 현행 제품안전기본법, 소비자기본법에 근거해 액상형 전자담배가 어떤 성분으로 구성돼 있는지 제조·수입업자로부터 파악하는 일이다.

제품 회수나 판매 금지 등 조치를 위해선 유해성분 분석과 인체유해성 연구에서 유해하다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정부는 이를 조속히 완료하겠다는 계획인데 성분 분석은 다음달, 인체유해성은 내년 상반기에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외에는 유통 관리 방안이 있다.

현재 국내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담배 11개 회사 36개 품목은 모두 수입품이다. 여기에 담배로 관리되지 않는 줄기·뿌리 니코틴 등 담배 유사제품이 약 70개 시중에서 팔리고 있다.

정부는 니코틴액(향료 포함) 수입·판매업자를 상대로 통관 시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한다. 불법 의심 해외사이트 유통 경로 차단, 니코틴 함량 1% 이상에 대한 유독물질 수입신고 구비 확인 및 수출국 제조허가증 자료 청구, 해외직구·특송화물 통관 강화, 관련 세액 탈루 등 관세 조사 추진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액상형 전자담배 자체에 대한 안전관리 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단 담배사업법에서 담배를 '연초의 잎을 원료 일부나 전부로 해 만든 제품'으로 한정하고 있어 액상형 전자담배처럼 '연초의 줄기·뿌리 니코틴 제품'은 담배 관리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들 제품은 공산품으로 유통된다.

담배와 담배 연기에 포함된 성분과 첨가물 등 정보도 알 수 없다. 안전성, 유해성 관리체계는 궐련 담배에 한해서만 분기별로 니코틴 및 타르 성분 분석을 지정 시험기관에 의뢰하는 게 전부다.

결국 법 개정이 필요한데 현재 국회에는 국민건강증진법상 성분공개 및 가향 규제 4건, 담배사업법상 성분공개 및 가향물질 함유 규제 3건, 담배 개념 정의 변경 4건 등 11건이 계류 중이다.

◆한국필립모리스 "아이코스,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살즈만 부사장 "아이코스가 공중 보건 측면에서 더 낫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로 인해 궐련형 전자담배가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필립모리스는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속 사용이 가능한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 '아이코스3 듀오'(IQOS3 DUO) 신제품 출시를 알렸다.

정일우 대표는 이날 "'아이코스3 듀오'는 개발 과정에서 소비자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며 "성인 흡연자에게 더 나은 선택을 제공해 가장 해로운 담배인 궐련에서 유해 성분이 현저히 감소된 대체 제품으로 전환에 기여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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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 마리아 살즈만 수석 부사장이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신제품 아이코스3 듀오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필립모리스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 제공


간담회에는 마리안 살즈만(Marian Salzman)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부사장도 참석했다. 살즈만 부사장은 "필립모리스는 일반 담배 회사를 넘어 견고한 과학과 연구를 기반으로 해당 산업을 선도하는 것은 물론 사회 전반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혁신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한국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와 비교해 얼마나 덜 유해한지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 눈길을 끌었다.

지젤 베이커(Gizelle Baker)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 과학 참여 담당 이사는 '아이코스를 실내에서 흡연했을 때 공기 질(air quality)이 양초를 피웠을 때보다 더 깨끗했다'는 자체 연구 결과를 내세우며 "간접흡연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살즈만 부사장 또한 FDA가 지난 5월 아이코스 판매 인가받은 것을 언급, "담배를 완전히 끊는 게 최선이지만, 담배를 끊을 수 없다면 일반 담배보다는 아이코스가 공중 보건 측면에서 더 낫다는 걸 인증받았다"고 했다.

한편 편의점 GS25는 업계 최초로 가향(향이 가미된) 액상 전자 담배 판매를 긴급 중단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금일부터 바로 시행되며 판매 중단 대상 상품은 쥴(JUUL)의 △트로피칼 △딜라이트 △크리스프 3종과 KT&G의 △시트툰드라 1종을 포함한 총 4종이다.

GS25는 업계를 선도하는 소매 유통 플랫폼으로서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정부의 조치에 적극 협조함으로 사회적 책임과 공익적 기능을 강화해간다는 계획이다.

GS25 관계자는 “이번 가향 액상 전자 담배의 판매 중단 조치는 보건 선진국인 미국이 현재 실행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수준”이라며 “앞으로도 GS25는 국민 건강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눈높이를 엄격하게 적용해 선도적 기업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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