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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대법 "혼인 중 출산 자녀, 유전자 달라도 법적으로 친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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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검사 결과 혼인 중에 태어난 자식과 아버지의 유전자가 다른 것으로 확인됐더라도 법적으로는 친자관계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부부가 동거하지 않은 기간에 태어난 자식에 대해서만 민법상 '친생자 추정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36년 전 판례를 유지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아버지는 유전자가 다른 것으로 확인된 자식을 상대로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친생 부인(否認)의 소'(친자식 추정을 번복하는 소송)를 제기하지 않으면 더는 친자관계를 부정할 수 없게 됐습니다.

친생자 추정 원칙을 규정한 민법 844조는 혼인한 아내가 낳은 자식은 남편의 친자식으로 추정하도록 하고,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이내에만 소송을 내 이를 번복할 수 있게 했습니다.

재판부는 "혈연관계 유무를 기준으로 친생자 추정 원칙이 미치는 범위를 정하는 것은 민법 규정의 문언에 배치된다"면서 "혼인 중 아내가 출산한 자녀가 유전자 검사로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자식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친생자 추정 원칙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만 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혈연관계의 존부를 기준으로 그 적용 여부를 달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런 판단이 가족제도를 보호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혈연관계 없이 형성된 가족관계도 헌법과 민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가족관계에 해당된다"며 "이러한 가족관계가 오랜 기간 유지되는 등 사회적으로 성숙해지고 견고해졌다면 그에 대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 같은 판단은 부부가 동거하지 않았을 때 생긴 자녀만을 친생자 추정 원칙의 예외로 인정한 기존 판례를 유지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83년 판결에서 '부부가 동거하지 않았다는 사실 등 명백한 외관상 사정이 존재한 경우에만 친생자 추정이 깨질 수 있다'며 예외사유를 좁게 인정한 바 있습니다.

기존 판례를 유지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법조계는 기존 판례를 변경한다는 구체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은 만큼 '판례유지'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또 '인공수정'처럼 다른 사람의 정자로 임신·출산했다는 사실이 인정된 경우에도 친생자 추정 원칙이 적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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