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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금융 ‘블랙리스트’에 검증 없는 아랍계 명단 수십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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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지라, “마구잡이식 ‘잠재적 위험’ 등재” 폭로

이스라엘·이집트 등 정보기관과 황색 언론 지목

모스크·축구 스타 등 억울한 피해자 소송 잇따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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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범죄 위험인물과 기관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이터서비스인 ‘월드 체크’에 아랍계와 무슬림의 인명 및 단체 수십만개가 위법 행위 여부에 대한 검증도 없이 ‘잠재적 위험’ 대상으로 등재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랍계 블랙리스트의 대부분은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 ‘미국에 우호적인’ 중동 지역 국가들의 금융기관과 정보기관, 심지어 일부 황색 언론들이 지목한 ‘테러리즘 (관련자) 명단’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22일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의 탐사보도팀이 입수해 보도한 ‘월드 체크’ 데이터베이스에는 300만개 이상의 개인과 기업, 조직의 명단 및 이들을 지목한 출처가 올라 있으며, 블랙리스트에 오른 가장 주요한 이유는 금융범죄와 테러리즘이었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정보기업인 ‘톰슨 로이터 파이낸셜 앤 리스크’가 작성해 활용하던 솔루션으로, 꼭 1년 전인 지난해 10월 미국의 글로벌 사모펀드 업체인 블랙스톤 그룹이 톰슨 로이터의 지분을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되면서 회사 이름도 ‘레피니티브’로 바뀌었다. 레피니티브 쪽은 세계 50대 은행 중 49곳이 자사의 금융거래 블랙리스트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알자지라>는 이 회사가 매달 약 2만5000개의 블랙리스트 명단을 추가하고 있으며 그 대다수 명목은 ‘테러리즘’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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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이나 단체의 상당수는 테러리즘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집트 정부가 운영하는 언론사가 이집트 국가대표 축구 선수 모하메드 아부티카를 테러리스트로 지목한 사례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아부티카는 은퇴하기 전까지 네 차례나 아프리카축구선수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베스트 플레이어 상을 받은 유명 스포츠맨이다.

명단에 오른 이들의 법적 소송도 잇따른다. 영국에 본부를 둔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센터(PRC)와 소속 활동가들이 이스라엘 정부의 근거 없는 주장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2009~2015년 새 금융계좌가 동결돼 월드 체크를 고소했으며, 올해 초 런던 고등법원에서 양쪽이 배상금 지급에 합의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이 단체의 활동가인 마지드 알지르는 월드 체크로부터 1만3000달러(약 153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받았다.

앞서 2014년엔 영국 런던의 이슬람 사원인 핀스베리파크 모스크가 ‘테러리즘 지원’ 혐의로 금융계좌가 동결돼 ‘월드 체크’를 고소했다. 월드 체크는 모스크 쪽에 사과하고 블랙리스트 명단에서 삭제했다. 근거 없이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이들의 법적 자문과 소송 대리 로펌인 파루크 바즈와 쪽은 “레피니티브가 단순히 인터넷 포털 검색 엔진에만 의존하거나 각국 정부의 발표만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다”고 지적했다.

레피니티브 관계자는 자신들의 역할은 금융범죄와 싸우는 것이라며, 블랙리스트 명단은 비밀이 아니며 개인들이 목록 사본을 요구하거나 자신들의 등재 여부에 대한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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