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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데이터브루]'전자발찌'와 싸우는 사람들, 무도실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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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우리를 충격에 빠뜨린 '조두순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성범죄자에게 내려지는 가벼운 형량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조두순 출소일 계산기'. 이미지를 클릭하거나 데이터브루 홈페이지(databrew.joins.com)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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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신상공개 우편물'을 받아본 적이 있으신가요? 최근 우편물에서 본 사람이 배달원으로 왔다며 성범죄자가 배달업을 하지 못하게 법을 만들어달라는 국민청원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여학생을 상대로 우리를 경악하게 한 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은 내년 12월이면 전자발찌를 차고 우리의 불편한 이웃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여러분,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불편한 '전자발찌 이웃'을 감시하는 사람들



최근 데이터브루로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조두순 출소일 계산기' 기사를 본 A씨입니다. 그의 직업은 무도실무관입니다. 법원의 판결을 받아 전자발찌를 착용하는 사람들을 하루 24시간 관리하는 것의 그의 직업입니다. 전자발찌를 한 사람의 범죄를 막는 것이 그의 일인 셈입니다. A씨를 인터뷰했습니다.

학창시절 그는 운동선수였습니다. 처음부터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을 가지려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우연히 권해주신 일이 자신의 직업이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답니다. 무도 단증(합기도 유도 태권도) 3단 이상만 지원할 수 있는 일이고, 단 한 명을 뽑는데 20명 이상이 몰렸습니다. '운 좋게' 합격을 했고, 법무부 보호관찰소 소속으로 긍지를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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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으로부터 '신상공개' 결정이 내려진 성범죄자들은 얼마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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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사람들을 '대상자'라고 부릅니다. 그가 맡은 전자발찌 착용자는 50여 명에 달합니다. 지소마다 관할 구역이 있는데 평일 주간에는 각 지소마다 자기 구역을 관리합니다. 그런데 야간이나 주말이 되면 함께 관리하다 보니 어려운 상황이 생깁니다. 관할 구역이 넓어지다 보니 경보가 울려도 출동에서 도착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죠.

대부분의 범죄가 심야시간대에 벌어지다 보니 밤은 늘 긴장의 연속입니다. 경보가 울리면 출동을 해야 하니까요.

데이터브루는 법무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봤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전자발찌를 차게 되는 걸까요. 2019년 8월 기준 전자발찌 착용자는 3076명입니다. 2010년엔 393명이었지만 지난해 3126명으로 늘었습니다. 범죄유형으로 따져보니 성폭력(2459명)으로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받은 사람이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는 살인(475명)-강도(128명)-미성년자 유괴(14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재범률(동종 재범사건)은 지난해 2.53%(83명), 올해 8월 기준으로는 1.14%(34명)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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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경보는 얼마나 울리는 걸까요. 법무부가 정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끊어서' 발생한 경보는 2008년 1회를 시작으로 지난해 23건이었습니다. 올해 8월 기준으로는 14번 경보가 울렸습니다. 전자발찌 착용자가 접근금지 지역에 들어가서 울린 경보는 2010년 5회에서 지난해 271건,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377회였습니다. 출입금지 지역 위반은 지난해 6844건, 올해 8월 기준으로는 5767건에 달했습니다.



'술병 휘두르고 욕설하는 그들'과의 삶



해가 저물고 전자발찌 착용자들이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무도실무관들의 마음은 분주해집니다. '대상자'들이 외출 제한시간을 어기고 종종 술에 취해 귀가 거부를 하기도 하는데, 술병을 휘두르고 욕을 하는 것은 다반사입니다. 처음 대상자가 관할지역에 오면 사는 곳을 확인하고, 주변인과의 관계도 챙겨야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 생계는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도 점검합니다. 전자발찌를 끊고 도망을 가면 바로 출동을 해야 합니다. 운전도 하고, 보호관찰관을 보호하는 일도 그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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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범복과 삼단봉



한 번은 한 전자발찌 착용자가 발찌를 끊고 도주를 하자, 제압하는 과정에서 한 무도실무관이 칼에 베인 일도 있었습니다. 2016년 10월 19일, 오패산 터널 총격 사건도 전자발찌 착용자의 범행이었습니다. 미성년자 성폭행과 특수 강간 등의 혐의로 전자발찌를 착용했던 B(49)씨는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를 했습니다. 사제 총기 17정과 칼 7자루, 사제 폭탄이 들어있는 가방을 챙긴 상태였습니다. 제압하는 과정에서 총격전이 벌어졌고, 출동한 경찰은 총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보호관찰소 소속의 무도실무관들은 경찰과는 달리 '삼단봉'만 지니고 다닙니다. 오패산 터널 사건이 발생하고 무도실무관들에겐 '방탄복'이 아니라 '방범복'이 지급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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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과 무도실무관의 현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발찌 감독을 하는 관제인력(중앙 관제센터와 대전 관제센터)은 69명(2019년 8월 기준)입니다. 우리가 아는 '보호관찰관'은 237명입니다. 여기에 A씨와 같은 무도실무관은 9월 기준 146명입니다. 보호관찰관은 정규직이지만 무도실무관은 무기계약직입니다.

'다치더라도 전자발찌 착용자의 재범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에게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법대로라면 8시간 이상 일하면 2시간의 휴게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문제는 야간 휴게 시간입니다. 야간 휴게 시간에 경보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는 '어느 무도실무관이 출동하지 않겠는가'고 반문합니다. 하지만 생계 문제는 그와 같은 무도실무관들의 어깨를 무겁게 합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연장근로는 12시간 이상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위험수당도 없습니다. 그러니 야간에 경보가 울리면 '유급'으로 일해야 하지만 '무급'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성과급은 아예 없고 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휴일 수당도 없습니다. A씨는 "법무부가 4조 3교대로 근무체계를 바꾸면 급여가 200만원 초반대로 줄어들 것"이라며 "무도실무관을 52시간 근무 예외 직종으로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전자발찌와 싸우는 무도실무관의 이야기였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사실은 진하다, 데이터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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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브루는 중앙일보 뉴스랩이 선보이는 새로운 뉴스 서비스입니다. 갓 볶은 데이터로 내린 풍미 깊은 뉴스를 여러분께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모바일 페이지(http://databrew.joins.com)에서 신선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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