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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멕시코서 억울한 옥살이 양씨 "신발·옷도 없었다…영사가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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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통역사 지원 못 받아"

중앙일보

지난 2일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멕시코에서 인신매매 등의 혐의로 3년 넘게 수감됐던 양현정씨가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의 참고인으로 출석해 당시 제대로 영사 조력 등을 받지 못했다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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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 3년 2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던 양현정씨가 당시 영사 측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양씨는 지난 2015년 11월 결혼을 앞둔 여동생을 만나기 위해 멕시코를 방문했다가 2016년 1월 인신매매 및 성 착취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양씨는 1154일의 불법 구금 끝에 "검찰수사와 법원의 법 적용 과정에서 잘못이 발견됐다"라는 멕시코연방법원의 결정에 따라 지난 3월 12일 석방됐다.

양씨는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멕시코에서 겪은 일에 대해 인터뷰했다.

양씨는 "2015년 11월 결혼을 앞둔 여동생을 만나기 위해 멕시코에 방문했고 같은해 12월 지인의 노래방 운영을 잠깐 도와주게 됐다"고 멕시코 방문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그러던 중 2016년 1월 새벽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쳤고 저를 비롯한 11명이 잡혀갔다"고 말했다. "당시 통역하는 사람이 없어서 잡혀가는 이유도 몰랐고 검찰에서 조사받는 동안 진술서를 써본 적이 없고 변호사도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냥 수갑이 채워진 채 이틀 동안 있었다"는 것이다.

양씨는 "경찰에 잡혀간 날 오후 대사관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영사님이 오셨는데, 면담 시간은 5분도 채 안 됐다"고 밝혔다. "변호사와 통역사를 두는 것은 제 권리인데 영사님은 '거기서 안 된다고 하니까 못한다'라는 식이었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렇다면 노래방에서 성매매는 없었나"라는 질문에 양씨는 "그 노래방은 그냥 술 마시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주점이었다. 한국인들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답했다.

양씨는 멕시코 감옥 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저는 신발과 옷도 없었다. 배급 식판도 없어서 남이 버린 쓰레기통에서 플라스틱 통을 주워 거기에 배급받아서 밥을 먹곤 했다. 화장실도 너무 더러웠다. 화장실에 가고 싶지 않아서 밥을 굶기도 했다. 수돗물을 틀면 벌레가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동양인이 신기하다면서 경찰이 저를 세워놓고 재소자들에게 구경시켜줬다. 차에 탑승할 때 공황장애를 겪은 적도 있는데, 저를 억압하는 바람에 몇 번 기절하고 다시 일어나서 살려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양씨는 지난 2일 외교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영사 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해 지옥같은 옥살이를 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회의장에 나타난 양씨는 "이 자리에 서기까지 너무 힘들었다"면서 "당시 영사가 수갑 찬 저를 두고 멕시코 검찰 직원들과 농담하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고 폭로했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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