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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대통령 '정시 확대' 발언에 다시 혼란에 빠진 교육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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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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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입 정시 확대 방침을 밝히자 교육계는 물론 학생·학부모가 혼란에 빠졌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특혜 의혹으로 교육 불공정 논란이 불거진 후 두 달 동안 문 대통령이 교육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달 1일 ‘대입제도 공정성 제고’를 지시했고, 같은 달 9일 ‘고교 서열화 해소’와 ‘교육개혁’을 주문했다.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에 대해 교육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교육단체들은 이날 앞다퉈 입장을 내놓았다. 수능 위주의 정시를 확대하자고 주장해온 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는 “정부가 지난 2년간 이어진 학부모의 정시확대 요구에 이제라도 귀 기울여줘 다행”이라며 “내년 총선을 겨냥한 ‘보여주기식’ 발언이 아니라면 당장 2021학년도 입시부터 정시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도 “대통령이 늦게나마 정시 확대를 바라는 민심에 응답한 것은 다행이다. 제대로 이행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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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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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수시 확대를 지지했던 진보 성향 단체들은 ‘교육개혁 후퇴’라며 반발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정시 확대로 대입 공정성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을뿐더러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살아난 공교육을 무너뜨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수능 위주의 정시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입장문을 통해 “문 대통령은 특권 계층의 교육 대물림을 막기 위한 정시 비중을 확대한다고 하지만, 결국 그 혜택은 고소득층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미시적인 입시 공정성만 개선해서는 기회와 결과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발언으로 교육계와 정책이 흔들리는 상황을 두고 진보‧보수 양측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대입체제 개편 논의가 좌지우지되는 것은 교육 백년대계라는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며 “대통령으로서 ‘공정함’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수용하고 민심을 달래는 자세는 필요하지만, 이를 대입제도 개편과 연관해 발언하는 것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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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및 그 소속기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9.10.2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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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도 “올해 들어 학종 공정성 강화 방안, 시행령 개정을 통한 외고‧자사고 폐지 등 굵직한 교육정책 변화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며 “정치에서 벗어나야 할 교육이 항상 정치에 휩쓸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생‧학부모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고1 딸을 둔 이모(44‧서울 양천구)씨는 “학종이 대세라는 주변의 조언을 참고해 아이가 올해 1년 없는 시간 쪼개 동아리 활동에 집중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몰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3 아들을 둔 김모(44‧서울 노원구)씨는 “외고‧자사고를 일괄 폐지하지는 않을 거라더니 말이 바뀌고, 당분간 정시 확대는 없을 거라더니 또 달라졌다. 이제 정부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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