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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살벌했던 ‘평양 축구’…“남쪽 역대급 군비증강에 대한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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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겨레신문사에서 한-미동맹 전환 모색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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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에이치(H)조 3차전 평양 남북 경기를 마치고 지난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 돌아온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에게 ‘북한 선수들과 유니폼 교환을 했느냐’고 기자가 물었다. 이 질문에 손흥민 선수는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답했다.

축구 선수들은 90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겨룬 뒤 서로 격려·존중하고 우정을 표시하는 의미로 땀에 젖은 유니폼을 벗어 교환한다.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축구 경기 분위기가 거칠고 살벌해 남북 선수들이 유니폼을 바꿀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 분위기가 좋았더라도 남북 선수들은 유니폼 교환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평양 출발 전 선수들에게 경기 후 북쪽 선수들과 유니폼을 교환하지 말라고 주지시켰다고 한다.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들이 평양에 가기 전 ‘가져간 물품들을 반드시 가져와야 하고, 유니폼 교환도 하지 말라’고 교육했다고 한다. 특히 축구대표팀의 유니폼 스폰서가 미국 브랜드인 나이키라서 더욱 신경을 썼다고 한다.

무관중, 무중계, 무취재, 무응원단으로 이뤄진 평양 경기는 차가워진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남쪽은 평양 축구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조금이라도 풀리기를 기대했지만 북쪽의 셈법은 달랐다. “두고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이상 할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앉을 생각도 없다”(지난 8월16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던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북한은 행동으로 보여줬다. 차갑고 딱딱해진 북한 태도를 두고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권언’이 무시당해왔다고 여기는 탓이 크다”(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분석이 눈에 띈다.

북한은 왜 남쪽 불신하나

국군의 날 최신 전투기 F-35 공개

경항공모함·핵잠수함 계획 등

문재인 정부 군비증강에 불만

“북, 단계적 군축 합의해놓고

남쪽 군비증강 이중행태에 반발”

정부는 “전작권 전환에 필수조처”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7월25일 미사일 발사를 지도한 자리에서 “남조선 당국자들이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공동선언이나 합의서같은 문건을 만지작거리고 뒤돌아 앉아서는 최신 공격형 무기 반입과 합동 군사 연습 강행과 같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불만을 밝혔다. 김 위원장 이 발언 뒤에도 한국 정부는 대규모 군비증강 계획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는 안보를 강조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보다 국방비를 늘리고 있다. 역대 정부의 국방비 증가율을 보면, 노무현 정부 5년 평균 8.9%, 이명박 정부 5년 평균 5.2%, 박근혜 정부 5년 평균 4.1%였다. 문재인 정부 수치는 2018년 7.6%, 2019년 8.2%, 2020년 7.4%이다. 정부는 지난 10월1일 국군의 날 행사에 최신 전투기인 F-35A를 공개하고, 최근에는 경항공모함 및 핵잠수함 건조 계획을 언급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작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사상 최초로 단계적 군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는데, 남쪽에서 역대급 군비증강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5일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성명을 발표해, 한-미 연합군사연습과 한반도 주변의 첨단무기 반입 등을 대북 적대시정책으로 간주하며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북한은 한-미연합연습 등을 이유로 지난 5월 이후 미사일과 방사포를 연이어 발사했다. 한국 정부는 8월에 실시된 한-미지휘소연습(CPX)이나 F-35A 스텔스 전투기, 정찰위성 등의 도입은 전시작전권 전환에 필요한 사전 조처라고 설명했다. 전작권 전환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드는데 필수 과제이고, 첨단무기 도입은 북한 뿐만아니라 주변 강국인 중국·일본 등의 군사력에 대비하는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남북 군비통제 필요한 이유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한반도 비핵화 이후 한미 용인 가능한

북한의 적정한 군사력 평가 필요”

북-미 비핵화 협상 돌파구 열려면

북 불가침 약속·한미훈련 단축 등

남북미 3자 군사협정 법제화해야

남북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당분간 한-미군사연습의 유지나 한국군의 첨단무기 도입이 불가피하다면, 한반도 비핵화 이후 한-미 양국이 용인할 수 있는 북한의 적정한 군사력이 어디까지인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조성렬 자문연구위원은 오는 22일 오후 서울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시민평화포럼, 참여연대,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하는 ‘한미동맹 전환 모색 포럼’에서 ‘한반도 군비통제 추진 방안’ 발표를 통해 이런 주장을 펼 예정이다. 남북이 실질적인 군사위협 제거를 통해 상호 군사 긴장 완화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군비통제를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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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발표에서 “한반도 안보의 당면한 과제로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과 한-미연합사의 재편 문제”를 꼽고,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을 위해 한-미 양쪽과 북한간에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군비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엔안보리 대북 결의에 따르면,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 그리고 모든 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방식으로 폐기해야 한다.

하지만 조 자문연구위원은 이는 북한을 압박해 비핵화 협상에 나오도록 유도하기 위해 제재 수위를 최대로 높인 것이라, 이를 비핵화 협상을 하고 있는 북한에게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주변국들의 선제공격에 반격이 가능한 수준을 한반도 비핵화 이후 북한의 적정 군사력으로 봤다. 구체적으로 생화학무기나 화성-12형 이하의 중거리 미사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북한이 보유할 수 있는 적정 군사력으로 꼽았다.

그는 북한이 적정 군사력을 유지하고 불가침을 보장받아야만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약속대로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과 중장거리 및 대륙간 탄도미사일(IRBM, ICBM) 포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자문연구위원은 △한-미 연합군사연습은 최소화된 형태로 점차 줄여나가고 △한국군의 군비증강은 불가피성을 인정해 북한이 수용하되 남한은 투명성을 보장하고 △미국은 비핵화 협상 중에는 대북 군사공격 또는 공격위협 금지를 약속하고 △비핵화가 완료되면 불가침을 약속할 것 등을 주장했다. 그는 이런 군사적 약속들을 하나로 묶어 남-북-미 3자 군사협정으로 법제화하는 방식의 한반도 군비통제 추진을 제안했다.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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