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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짜희모”…올해 첫 생굴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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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굴 생산 70%’ 통영 초매식

“잦은 비로 굴 비만도 더 높아져”

물량 늘며 평균 위판가 6만3천원

노로바이러스·비브리오 우려 속

“3중 검사로 안전성 검증 최선”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수출 우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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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리릭.’ 지난 17일 오후 5시께, 경남 통영시 굴수하식수산업협동조합(굴수협) 위판장. 올해 첫 생굴 경매인 ‘초매식’이 열렸다.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80여 중개인들의 눈이 일제히 김성현 굴수협 경매사(과장)의 입을 향했다. “짜희모!” 경매 구호와 함께 굴이 경매에 오르자, 중매인들이 외투 왼쪽 품을 살짝 열어젖히고 잽싸게 손신호(수지식)로 입찰가격을 알렸다. 품을 열어보인 이가 많을수록 김 경매사의 눈은 바빠졌고, 경매 구호도 길어졌다.

“짜희모오오!” 10㎏에 7만5천원, 7만6천원, 7만9천원…. 낙찰가는 단숨에 8만원을 찍은 뒤 금세 6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초매식 물량이 80톤(t)까지 쏟아져서다. 이날 평균 위판가는 지난해보다 30% 넘게 떨어진 6만3천원에 매겨졌다. 올해 남해안 굴 작황은 풍년이다. 이달 초까지 태풍 ‘링링’과 ‘미탁’이 잇달아 들이닥쳤지만, 통영 해역에 미친 타격은 예상보다 작았다는 게 어민들 설명이다. 김 경매사는 “올해 태풍 피해 접수 건수는 150건으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라고 했다. 지난해엔 무더위와 태풍 영향으로 초매식 물량이 48톤에 그쳤다.

외려 초가을까지 이어진 비는 굴을 살찌웠다. 육지 영양염류가 내려와 플랑크톤이 활성화된 덕분에, 굴 ‘비만도’(굴이 통통한 정도)가 높아진 것이다. 김 경매사는 “초매식 가격대가 예상보다 낮지만, 성수기인 김장철을 지나며 조정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다. 지난해 초매식 위판가는 역대 최고치인 8만8천원이었지만, 소비 부진으로 2주 만에 6만5천원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한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굴 수출국이다. 지난해 3만2천톤(알굴 기준)을 생산해 1만톤가량 수출했다. 이 가운데 80% 정도가 통영과 경남 고성·거제 지역에서 생산된다. 통영은 해역에 포진한 여러 섬이 방파제 구실을 하기 때문에 바다가 비교적 평화롭다. 대량생산에 걸맞은 ‘수하식’(굴을 부표 등에 매달아 바닷물에 담금) 생산도 용이하다. 유통·외식업계는 10월 중순께 열리는 통영 초매식에서 굴 작황과 가격 동향을 가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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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통영 어민들 표정은 밝지 못했다. 2017년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가 굴에서 검출되면서 수요가 대폭 꺾였다. 지난해 여름에는 이상고온이 이어지며 비브리오 패혈증 우려도 커졌다. 해수 온도가 18도 이하로 내려가면 노로바이러스, 20도를 넘어가면 비브리오균이 증식한다.

몇 년간 악재를 겪은 굴수협과 유통업체는 검사체계를 강화했다. 정삼근 굴수협 유통판매과장은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대장균, 노로바이러스, 비브리오균 등 각종 검사를 하고, 굴수협도 일주일마다 위판물량을 대상으로 노로·대장균을 검사한다”고 했다. 소비자 민감도가 높은 유통업체는 검사망을 3중으로 쳤다. 이쌍진 롯데마트 수산물 바이어는 “매일 김해물류센터에서 안전성 검사를 시행하고, 이를 통과한 상품만 선별해 판매한다”고 했다. 올해는 또 다른 변수도 있다. 수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굴 수출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 수협 관계자는 “수산물 통관이 엄격해질지 주시하고 있지만, 아직 큰 움직임은 없다”며 “만약 수출에 제동이 걸리면 해당 물량이 내수로 나갈 수 있어 가격 변동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통영/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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