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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어린이 주차장 사고’ 막는다더니…1년 넘게 손놓은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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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이 사망’ 뒤 작년 4월 대책 발표

“6월까지 행정명령” 계획 이행 안해

국감 앞두고 의원실에서 점검하니

지자체에 부랴부랴 “안전 강화” 공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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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어린이 사망 사고 뒤 국토교통부가 행정명령을 통해 신속한 안전대책을 약속해놓고 1년이 넘도록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017년 10월1일, 최하준(당시 4살)군이 서울랜드 주차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경사면에 주차돼 있던 차량이 후진하면서 벌어진 참변이었다. 하준이 엄마 고유미(37)씨는 ‘경사진 주차장에 경고 문구 표시와 운전자의 주차 브레이크 의무화’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려 14만6천명의 추천을 받았다. 정부의 공식답변 기준(30일간 20만명 추천)에는 못 미쳤지만 국토교통부는 2018년 4월 경찰청과 공동으로 ‘주차장 교통안전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사고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가 올린 국민청원(하준이법 관련 국민청원)’에 따른 후속조치”라는 설명도 함께였다.

개선대책에는 △경사진 주차장에서 주차제동장치나 고임목으로 안전대책을 소홀히 한 운전자 처벌 △경사진 주차장 관리자에게 주의 표지판 설치 의무화 등을 규정한 주차장법 개정 계획 등이 포함됐다. 국토부는 “법 개정이 완료되기 전에도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시설 개선을 우선 추진할 계획”이라며 “경사진 주차장 내 안내문 부착과 안전시설 개선을 위해 지자체 합동안전점검을 요청하는 행정명령을 시달하고 개선 확인과 점검을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선 시행 및 후 제도개선 추진”이라며 ‘국토부가 지자체에 행정명령 시달→지자체가 주차장 관리자·소유주에게 안전점검 요청 뒤 관리대책 마련→주차장 관리자가 지자체에 점검·조처 결과 보고→지자체 확인’이라는 상세한 이행계획도 보도자료에 넣었다. 이를 위한 행정명령은 그해 6월까지 완료하겠다고 적시했다. 국회에서 주차장법 개정이 지연되더라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수단을 동원해 신속하게 주차장 안전대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주차장 안전점검 시행 및 안전시설 개선을 위한 지자체 행정명령’은 1년이 지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실 보좌진이 이행 상황을 점검하겠다며 국토부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자 국토부 도시교통과는 그제야 ‘주차장 이용자 안전확보를 위한 조치 요청’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지자체에 발송했다. 의원실의 자료 요청이 9월17일이었고 국토부의 공문 발송은 이틀 뒤인 9월19일, 일과시간이 끝난 오후 6시27분에 이뤄졌다. 지난해 6월까지 마치겠다던 행정명령이 ‘개선대책’ 발표로부터 529일이 지난 시점에야 공문 한 장으로 갈음된 것이다. 의원실에서 뒤늦은 공문 발송 이유를 추가로 질의하자 국토부는 “지자체에 주차장 안전성 강화 조치를 요청하기 위해 특별히 필요한 사업이 있는 것은 아니”라며 “조치 요청 이후 지자체별 이행실적 및 향후 계획을 취합하고 이를 토대로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정부 차원의 즉각적인 안전대책 계획을 홍보했던 2018년 4월 발표와 모순되는 내용이다. 이용호 의원은 “여론을 의식해 앞장서 대책을 발표했던 국토부는 하준이 2주기가 되기까지 아무런 대책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가 국감을 앞두고 질의를 예고하자 부랴부랴 지자체에 공문을 보냈다”며 “국토부는 지금이라도 안전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의 태업과 맞물려 어린이 주차장 사고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은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도로교통법에서는 경사진 곳에 주차한 운전자에게 차량 고임목 설치나 핸들 틀어놓기 의무를 부과했지만 이를 위반하거나 사람이 다쳐도 처벌 규정은 범칙금(4만원) 수준이다. 인명사고가 났을 때 차량 운전자를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하고 경사진 주차장에 경고 문구를 설치하며 지자체에 점검 의무를 부과하는 주차장법 개정안(민홍철·이용호 의원안)은 아직 국회 상임위에서 심사 중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21일 오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하준이법을 포함한 어린이 생명안전 법안을 처리하라고 촉구할 계획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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