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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혈세버스’ 전락에도… 임원들 배당금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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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영제’ 서울 버스회사 방만경영 도마위 / 매년 수천억 투입 적자보전 불구 / 가족까지 등재 막대한 연봉 챙겨 / 33%가 1억 넘어… 2억 이상도 5명 / 처가·친인척 등 등재도 비일비재

세계일보

매년 수천억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서울 버스회사 임원들이 수억원의 연봉을 챙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회사 사주 A씨는 5년간 42억원, A씨의 자녀는 5년간 50억원을 받는 등 일부 사주는 여러 회사를 중복 설립하고 본인과 가족을 임원으로 등재하는 수법으로 막대한 연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을 회사 요직에 앉히는 현상은 서울 버스회사에 만연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발표한 서울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 버스 65개사의 78%에 달하는 51개사에서 사장의 자녀, 형제, 처 등 가족이나 친인척이 임원으로 등록돼 있었다. 자녀가 45명으로 가장 많고, 형제 9명, 처가 5명, 조카 3명, 손자 2명 순이다. 동일인이 두 개 이상의 회사에 임원으로 등록된 경우도 20개사에 걸쳐 27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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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서울 버스회사 임원의 33%인 84명은 연봉 1억원 이상을 받고 있었다. 등록된 임원 251명 중 연봉 2억원 이상은 5명, 1억∼2억원은 79명에 달했다.

이날 국토위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일부 사주는 버스회사를 여러 곳 설립하고 임원 자리에 자신과 친인척을 앉히는 방법으로 수억원의 연봉을 챙겼다. 5개 법인을 소유한 A씨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총 42억3905만원의 월급을 받았다. 5개 회사에서 받은 평균 연봉은 8억원, 최고 연봉은 11억5200만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등기임원 평균 연봉인 2억6306만원의 3.2배다.

게다가 A씨의 자녀 B씨도 5개 회사 모두에 이름을 올리고 최고 13억4400만원의 연봉을 받는 등 5년간 50억3214만원을 타갔다. 또 다른 자녀도 3개 회사에서 2년간 4억2840만원을 챙겼다. 송 의원은 “심지어 A씨가 소유한 법인 5개 중 3곳은 회사 주소가 동일했다”며 “더 많은 급여를 챙기기 위해 회사를 인위적으로 나눴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3개 버스회사를 소유한 C씨 역시 5년간 30억7678만원을, 그의 형제 H씨는 15억863만원을 급여로 가져갔다.

세금으로 운송수지 적자를 면한 버스회사들이 임원에게 고액을 배당하는 문제도 심각했다. 서울시는 준공영제에 따라 2017년 2932억원, 지난해 5402억원 등 매년 수천억원을 들여 버스회사의 적자를 보전해주고 있다. 그러나 서울 버스 중 절반이 넘는 33개사는 지난해 사주들에게 283억원을 배당했다.

지난해 110억원이 넘는 운송수지 적자를 낸 D운수는 서울시로부터 100억원이 넘는 재정 지원을 받았다. 그 결과 당기순이익 22억9526만원을 올렸고, 순익의 두 배가 넘는 46억1546만원(배당성향 201.1%)을 사주에게 배당했다. 이 회사는 사주가 주식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인 배당성향은 S사가 289%, K사는 255%에 달했다.

안 의원은 “버스회사가 막대한 혈세를 지원받음을 감안할 때 임원의 고액 연봉, 사장 가족이나 친인척의 임원 등록, 동일인의 복수회사 임원 등재 등의 행태를 보이는 것은 공공성 강화 취지에 맞지 않다”며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준공영제 개선 방안도 가족경영과 방만경영을 완전히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버스회사의 임원 인건비는 주주총회를 통해 자체 산정해 시가 직접 제한하기는 무리이며, 표준운송원가상 임원 인건비를 정액으로 지급해 시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며 “단 임원 연봉이 일정액 이상이면 인센티브 지급평가에서 감점한다”고 설명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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