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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기고] 돼지열병 차단 위해 농가 방역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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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 생소한 이름의 해외 가축질병이 아프리카에서 시작돼 퍼져 나가더니 중국과 동남아를 거쳐 결국 지난 9월 16일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다. 이날 오후 의심신고가 접수돼 방역당국이 밤새워 다음날 새벽에 진단을 내리고, 그 즉시 이동중지명령이 내려졌다. 정부와 양돈업계 종사자들에게는 마음 졸이며 보낸 긴박한 하룻밤이었다. 국내 첫 발생이 확인되자마자 방역조치는 즉각적이며 단호하게 이루어졌다. 2010년 대규모 구제역으로 인한 악몽이 여전히 생생한데 이젠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질병을 잠재우기 위해 또다시 방역대를 설정하고 살처분을 해야 했다.

세계일보

오연수 강원대 교수·수의학


우리나라 방역시스템은 세계 최고다. 좁은 땅에서 축산업을 해야 하니 집약적 축산을 해야 하고, 이에 따라 전염성 질병이 들어왔을 때 자칫 대규모로 유행하기 쉬운 물리적 환경이 만들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역시스템은 점점 고도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ASF는 국내에서 발생한 적이 없었음에도 10년 전부터 모니터링을 시작했고, 세계 전파경로를 수시로 파악해왔다. 이에 대한 표준행동지침(SOP)도 이미 수정을 거듭해 몇 년 전부터는 전국 방역관 순회교육에도 이 질병에 대한 내용을 추가했다. ASF가 주변국에서 점점 우리나라를 향해 좁혀올 때 정부 담화문까지 발표하며 국경검역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문명의 발달을 막을 수 없듯 이미 하나된 지 오래인 지구촌에서 우리나라도 이 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국가방역은 질병을 빠르게 차단하고 잠재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기에 방역대를 설정하고, 살처분과 매몰을 결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발생지 내 미발생 농장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안타깝고 아픈 일이다. 그러나 국내 축산업 보호를 위해서는 이 산업을 구성하는 다른 많은 미발생 농가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는 지난 구제역 사태의 경험을 통해 선제적 방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어려운 시기일수록 다양한 의견이 넘쳐날 수밖에 없고, 이를 균형 있게 수렴해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방역당국의 어려운 과제 중 하나다.

과감하고 신속한 살처분과 수매 조치로 접경지역 이남으로 질병이 확산되는 것은 일단 막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최근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잇따라 검출되면서 다시 방역현장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지친 마음을 부여잡고 멧돼지가 바이러스 확산의 기폭제가 되지 않도록 관계 기관이 모두 합심해야 한다. 특히 ASF는 접촉에 의해 전파되므로 소독, 울타리 설치, 출입자 통제 등 농가 방역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

가축방역심의회에 참여하며 바라본 방역 담당 공무원은 밤잠도 휴식도 포기한 채 매일 신고 대응, 현장 파견, 시료채취, 검사 등으로 극히 지친 모습이었다. 한편 살처분 농가는 가축을 한순간에 상실하고 고통받고 있다. 방역당국과 농가의 고충을 눈앞에 두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방역에 사투를 벌이고 있는 방역당국과 어려움에 처한 농가에 위로를 보낸다.

오연수 강원대 교수·수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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