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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뉴욕에서 설명회 연 부총리 "韓, 재정 늘리며 경기침체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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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하락 폭, 다른 나라보다 낮은 수준이고 경제지표 호전"
"물가하락, 일부 품목이 주도…연말 0%중반·내년 1%초반 회복"

"한국 정부는 올해 9.5%에 이어 2020년 9.3% 재정지출 규모를 늘리면서 적극적으로 경기 침체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한국의 재정 확장 정책은 다른 나라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고 평했을 정도입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이 예상한 각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한국은 지난해(2.7%) 대비 올해(2.1%) 하락폭(0.6%포인트)이 작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미국 뉴욕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경제설명회(IR)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한국경제설명회는 지난 2017년 1월 유일호 전 부총리가 미국 뉴욕에서 가진 뒤 2년 9개월만에 열린 것이다.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나아가는 한국경제(Making Headway for Sustainable Growth)’라는 주제로 홍남기 부총리가 발표를 하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질문을 하는 방식이었다.

설명회에는 미국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제임스 퀴글리 부회장,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PIMCO)의 존 스터진스키 부회장, 쇼어드 히나트 JP모간 기업금융글로벌부문장, 조나단 그레이 블랙스톤 최고운영책임자(COO) , 마이클 쿠쉬마 모간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 허용학 홍콩 퍼스트브리지스트래티지 대표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조선비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미국 뉴욕 세인트레지스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에서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나아가는 한국경제’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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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는 IMF(국제통화기금)가 15일 내놓은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동시적 경기침체(synchronized downturn)’, ‘위태로운 상황에 대한 전망 (precarious outlook)’ 등 글로벌 경기침체를 경고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 "한국 경제의 복원력(resilience)은 충분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대외건전성, 재정여력, 산업 구조 등 여러 측면에서 한국의 복원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 폭은 60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순대외자산도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재정 여력에 대해 "2020년 확장 재정에도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이 38.9%로 40%를 밑돌 정도로 견고하다"고 말했다. "외환보유고도 대규모(sizable)로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경기 침체에 대응해 재정지출 확대, 기준금리 인하 등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고 홍 부총리는 설명했다. 그는 재정지출 증가율이 올해 9.5%에 이어 내년에도 9.3%를 기록하는 등 최대한 확장적인 예산 편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재정수지 기준으로 2020년에는 GDP 대비 1.6% 적자인데, 이는 2009년(-1.5%) 이후 처음으로 적자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FT가 한국을 확대 재정 정책의 모범 국가로 지목하기도 했다"고 했다. 통화 정책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이 7월에 이어 16일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P) 인하하는 등 ‘완화적인(accommodative)’ 정책을 펴고 있다"고 소개했다. 홍 부총리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통화 정책에 좀 더 여유 공간이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며 추가 인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홍 부총리는 공공 및 민간 투자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SOC(사회간접자본) 분야 정부 지출 증가율은 13%로 전체 예산 증가율 9.3%보다 크다"며 "민간 투자를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 해제 정책을 펴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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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는 이러한 정책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8년 경제성장률과 OECD의 성장률 전망치의 차이를 보면 한국은 2.7%에서 2.1%로 0.6%P 낮아졌는데, 하락폭을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고 했다.

OECD는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2018년 1.5%에서 올해 0.5%로 1.0%P 낮아질 것으로 보는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 올해 부진한 경제성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과 올해 전망치를 비교하면 미국 0.5%P(2.9%→2.4%), 영국 0.4%P(1.4%→1.0%) 등을 비롯해 OECD 회원국은 평균 0.5%P(2.3%→1.8%) 정도 내려갈 것으로 OECD는 예상한다. 홍 부총리는 "산업생산이 7~8월에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소매판매, 소비자심리지수, 취업자 수 등 여러 경제 지표도 호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시작된 한·일 무역 분쟁에 대해서 "한국 제조업체와 일본 수출업체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국제 무역에서 국가 간 신뢰를 해치는 행위이고, 무역 의존도 심화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냉각효과(chilling effect)’가 발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부총리는 "부품, 소재 업종에서 국산화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홍 부총리 발표 이후 이어진 질의에서는 최근의 저물가 현상, 수출 위축에 대한 대책, 노동·대북 정책 등 다양한 주제가 거론됐다. 최근 저물가 현상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토마스 번 미 컬럼비아대 교수(국제공공대학원·SIPA)의 질문에 홍 부총리는 "물가지수를 구성하는 품목 가운데 20~30%의 물가가 하락하고 있다"며 "특히 농산물 및 석유제품 가격이 내려간 게 9월 물가상승률이 -0.4%까지 떨어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농산물 및 석유류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은 1% 정도고 기대인플레이션도 1.8~2.0%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농산물 및 석유제품 가격 변동이 안정되면 올 연말 0% 중반대, 내년 1% 초반대로 물가상승률이 각각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한국 정부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서 경계하고 있지만,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홍 부총리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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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설명을 글로벌 투자자들이 듣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는 투자은행(IB),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은행, 보험사 등에서 100여명이 참석했다.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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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기째 이어지고 있는 수출 부진과 그 주요 원인인 반도체 업황 부진에 대한 대응책(counter-measure)이 있는가"라는 패트릭 도일 BOA메릴린치 주식영업본부장의 질문에 홍 부총리는 "반도체 수출 감소는 단가가 하락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며 "수출 물량은 큰 변화가 없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한국 정부는 2019년 들어와서 다섯 번 수출 촉진 대책을 마련했고, 미국·중국 외 수출 시장 다변화를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한 국제 무역갈등이 조속히 해결되는 게 중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등이 바람직한 정책이긴 하지만, 시장 기대보다 빠르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며 "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2.87%로 정하고, 주 52시간제 도입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ILO(국제노동기구) 협약 몇 개에 가입이 되지 않아, 이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는데 여러 논의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대북제재가 유지되고 있어 민간 차원 협력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대북제재가 해제되고 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경우를 대비해 물밑에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한국경제설명회에 대해 글로벌 투자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쇼어드 히나트 JP모간 기업금융글로벌부문장은 "한국 경제에 대한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 홍 부총리가 포괄적인 설명을 해주었다"며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금융조사회사 에버코어ISI의 딕 리피 전무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직접 와서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 자체로도 좋은 행사였다"며 "무역, 수출, 경제정책 등 여러 이슈에 대해서 홍 부총리가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줬다"고 평가했다.

홍 부총리는 설명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투자자들이 관심 있어 하는 한국 경제의 현재 상황,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데 어떻게 회복할 지, 미래 성장을 위한 정책 노력 등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들이 우려하는 사항이나 지적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한국에 돌아와 평가를 하고, 보완할 점은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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