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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전파 망원경 1기 추가 구축…제주서 서울 쌀 한톨도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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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국천문연구원이 2023년 완공을 목표로 강원도에 최신 전파망원경 1기를 추가 구축하기로 했다.

블랙홀과 별의 탄생 등을 관측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구축한 최초의 전파망원경 네트워크인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이 확장되면 먼 거리의 천체를 지금보다 2배 이상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된다.

16일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천문연 전파천문본부 KVN 그룹은 새로운 KVN 전파망원경 1기를 건설할 후보지 발굴 작업에 들어갔다. 정태현 천문연 KVN 그룹장은 "새 망원경은 강원도에 설치될 예정으로 용지가 선정되면 내년 상반기에 건설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측을 시작한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KVN은 서울 연세대, 울산 울산대, 제주 탐라대에 각각 설치된 3기의 직경 21m 전파망원경으로 동시에 하나의 천체를 관측함으로써 직경 500㎞(서울~제주)에 달하는 한반도 크기의 전파망원경과 같은 효과를 내는 천체 관측망이다. 이처럼 광범위한 영역에 있는 여러 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하나의 관측 영상을 얻어내는 관측망을 '초장기선전파간섭계(VLBI)'라고 한다.

강원도에 새 전파망원경이 들어서면 최대 직경이 600㎞(강원~제주)로 늘어나 그만큼 분해능(멀리서 두 물체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과 해상도가 더 좋아져 한라산에서 서울 롯데월드타워에 떨어진 쌀 한 톨을 구별할 수 있는 수준까지 관측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관측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인 감도(희미한 빛을 감지할 수 있는 정도)도 2배 이상 향상된다. 천체의 밝은 부분뿐만 아니라 주변의 희미한 빛까지 포착할 수 있어 천체의 전체 구조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정 그룹장은 "KVN은 두 망원경을 조합해 얻은 관측 영상을 통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망원경 조합이 많을수록 다양한 방향에서 신호를 받을 수 있어 감도가 좋아진다"며 "망원경이 4기가 되면 조합 수가 기존 3쌍에서 6쌍으로 늘어감도가 2배로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KVN으로 관측 가능한 전파의 파장대역도 2㎜ 미만 영역까지 확대된다. 이에 따라 한국도 블랙홀 생김새를 관측하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지난 4월 인류 사상 최초로 블랙홀의 실제 모습을 관측하는 데 성공한 '사건의지평선망원경(EHT)' 국제 공동 연구진은 6개 대륙에 있는 8개 망원경을 연결해 지구로부터 5500만광년(1광년은 약 9조4607억㎞) 떨어진 거대 은하 'M87' 중심에 위치한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 당시 한국 연구진은 KVN을 이용해 해외 연구진의 블랙홀 관측 결과를 검증함으로써 연구에 기여했지만 직접 블랙홀을 관측하지는 못했었다.

정 그룹장은 "EHT가 블랙홀을 관측하기 위해 수신하는 전파 신호 파장은 1.3㎜인데 KVN을 이용해서는 파장이 2㎜ 미만 신호는 수신하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이번에 구축하는 전파망원경은 기존 관측 파장대역(2~17㎜)에 더해 블랙홀을 관측한 1㎜대 파장대역까지 관측 가능하기 때문에 EHT 프로젝트에서 한국 연구진 위상도 많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KVN의 기존 망원경 3기는 2008년 12월 완공됐다. 천문연은 10년 전인 2009년 10월 16일 KVN을 이용해 국내 최초로 3기의 전파망원경으로 하나의 천체를 동시에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2011년에는 세계 최초로 4개의 주파수에서 동시에 전파 신호를 받을 수 있는 수신기를 개발해 적용했다. 천문연은 2015년 7월 초거대 블랙홀의 전파제트의 기저부 흔들림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고, 2016년 8월에는 전파의 일종인 '일산화규소 메이저'를방출하는 무거운 별 2개를 새로 발견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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