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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탁현민, 조국 사퇴에 “무너뜨려야 할 상징 아닌 인간으로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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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탁현민(사진)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놓고 “조국은 그 무엇보다 먼저 조국이라는 사람”이라며 “나는 사람들에게 ‘도구’로서의 그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그를 보라고 말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놨다.

16일 탁 자문위원이 전날 오후 늦게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 그는 “감히 비할 수 없는 크기였겠지만 조 전 장관을 보며 내 지난 처지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탁 자문위원은 “그들은 내 지난 삶의 한 부분을 도려내어 그것이 나라고 흔들어대며 온갖 저주와 혐오를 퍼부었다”며 “그 저주와 혐오는 내가 십수년 전에 했었다는 혐오에 감히 비할 바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들은 근엄하게, 천박하게, 그리고 아주 비겁하게 나를 때렸다”며 “나는 이미 수년 전부터 사과해왔지만 애초에 사과는 중요하지 않았고, 결국 그들이 요구하던 나의 사과는 사퇴를 끌어내는 과정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탁 자문위원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재직하던 중 그가 2007년 저술한 ‘남자 마음 설명서’란 책이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이면서 여성계와 야권 등으로부터 신랄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탁 자문위원은 “매일 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끝없이 변명하고 싶었다”며 “그러나 저열한 기자들의 편집된 문장들과 기사들에 대해 항의하는 것은 무의미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들은 정파적으로, 정치적으로, 의도적으로 오독했다”며 “오독의 최종 목표는 실체의 내가 아니라 그들이 그리는 그런 사람인 나로 만드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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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탁 자문위원은 “그렇게 나는 누군가의 흥밋거리였고, 씹기 좋은 안줏거리였고, 반드시 꺾여야 하는 무엇이었고, 쓰러져야만 하는 대상이었다”며 “어떤 자들은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어떤 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어떤 자들은 시기와 질투로, 그리고 또 어떤 자들은 그냥 내가 싫어서…”라고 했다.

탁 자문위원은 “일련의 일들을 겪으며 나는 누군가의 지난 저작과 창작만으로도 한 사람을, 그 사람의 의식을, 실행되거나 현실화되지 않은 어떤 것들도 얼마든지, 어떻게든 비난하고 공격하고 찢어발기고 헤집어놓을 수 있는 야만을 알았다”면서 “그 끝에서 내가 그들에게는 하나의 사람이 아니라 그저 무너뜨려야 할 상징이었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탁 자문위원은 “그러나 나는 상징이 아니라 사람”이라며 “몇 개의 단편으로 규정되는 존재가 아니라, 심지어 어떤 사실만으로도 판단 될 수 없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존엄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도 그렇지만 당신도 그렇다. 당연히 조 전 장관도 그러하며 그의 가족도 그렇다”고 부연했다.

탁 자문위원은 “이제 나는 그 사람(조 전 장관)의 상처를 위로하고 싶다”며 “겪어보니 상처란 대개 생각보다 깊다, 잊으려고 해도 잊혀지지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제 조국은 장관에서 교수로 돌아갔다”며 “이 사실이 누구에게는 정치적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정파적으로 얼마나 대단한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를 상징으로만 보는 야만의 시대가 여전할 것이라면 나는 절망이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탁 자문위원은 “‘인간적으로는 안타깝지만’이라는 말은 비인간적이고, 결국 비인격적인 비난을 끌고오기 위한 전제일 뿐”이라며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당신도 그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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