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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올해 9월 태풍과 지난해 폭염 원인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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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영향태풍 3개로 역대 1위

북태평양고기압 북서쪽 확장한 원인

① 필리핀 동쪽해상 해수면 고수온

② 중위도 동서방향 고기압 트레인

고기압띠 지난해 폭염 때와 똑같아


한겨레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강원도 강릉에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지난 3일 경포 해변 인근 상가가 물에 잠겨 소방대원들이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강원도 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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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친 태풍은 17일 현재까지 모두 7개로 1959년 이래 60년 만에 가장 많았다. 특히 9월에 발생한 영향 태풍은 모두 3개로 1904년 근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았다. 영향 태풍은 기상청이 어느 한 지역이라도 특보(태풍 경보·주의보)를 발령했는지로 구분한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1959년에도 7개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쳤는데 7월에 2개, 8월에 3개, 9월에 2개로, 9월 태풍은 올해보다 적었다. 기상청은 올해 9월에 발생한 태풍이 우리나라 쪽으로 접근한 원인이 1959년과 유사하게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북서쪽으로 확장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느해에는 9월에 들어서 북쪽에서 찬공기가 내려오면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해 태풍이 발생하더라도 일본쪽으로 향하는 경향을 띠었다. 하지만 1959년 제14호 태풍 ‘사라’는 태풍 경로상의 고온수역을 지나면서 강도가 세어진 상태에서 우리나라에 접근해 849명이라는 경이적인 인명피해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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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기상청 기후예측과 주무관은 “9월에 이례적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이 발달한 첫번째 원인으로 필리핀 동쪽 해상의 해수면 온도가 높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수면 온도가 높으면 대류가 활발해져 상승 기류가 강화되고 이에 대한 역작용으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인 일본 부근에서 대류가 억제돼 하강 기류가 강화된다. 하강 기류의 강화로 따뜻한 공기가 북태평양고기압에 더해지면 북태평양고기압이 더욱 발달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최 주무관은 두번째 원인으로는 중위도 상층 200헥토파스칼 지점(12㎞ 상공)에 고기압들이 북반구 전체에 걸쳐 마치 열차 차량처럼 동서방향으로 늘어선 모양, 곧 ‘고기압 트레인’ 기압계를 지목했다. 고기압 트레인이 우리나라 상공을 지나면서 주변 대기가 따뜻한 공기로 채워져 고기업이 지속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고기압 트레인이 발생한 근원은 인도 북서부 지역의 상승기류가 강했던 것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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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북서부 지역의 상승 기류가 강해지면서(아래 그림 점선) 북반구 상층 전반에 ‘고기압 트레일’ 기압계(위 그림)이 나타났다. 기상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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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주무관은 “중앙아시아지역의 큰 변동성이 원격상관을 통해 동아시아 기후에 영향을 주는 패턴으로, 지난해 폭염도 같은 패턴에 의해 발생했다”며 “다만 장마가 거의 실종됐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늦장마가 들고 북쪽의 찬공기가 폭염을 누그러뜨렸다. 똑같은 고기압 트레인이 올해는 폭염보다는 태풍 경로의 변화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고기압 트레인은 역대급 폭염의 해로 기록된 1994년에도 나타났으며, 지난해와 올해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폭염과 산불 등 기상재해를 일으킨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정종운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센터장은 “올해 발생한 전체 태풍의 진로 예보 거리오차는 목표치 205㎞보다 10월4일 현재 21㎞가 적은 184㎞로 집계됐다”며 “이는 태풍 분석·예보 담당 부서간 협업을 강화하고 태풍예보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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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있는 국가태풍센터에서 센터 소속 예보관들과 서울 본청에서 파견된 예보관들이 태풍의 진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기상청은 태풍예보 선진국인 미국·일본의 최근 5년(2014~2018년) 동안 발생한 태풍의 72시간 진로예보 평균 거리오차 평균값인 205㎞를 폭표치로 설정해놓았다. 기상청은 지난해까지와 달리 올해는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될 때면 서울 본청의 예보분석팀 5명과 기상레이터센터 1명 등 6명이 직접 제주도에 위치한 국가태풍센터로 이동시켜 합동 근무를 하면서 소통해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합동근무는 제13호 태풍 ‘링링’, 제17호 태풍 ‘타파’, 제18호 태풍 ‘미탁’ 때 이뤄졌다.

또한 태풍이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로에 기상항공기를 띄워 연직 관측을 하고, 기상선박을 태풍 예상진로 해상으로 보내 관측용 표류부이를 투하했다. 조류에 의해 이동하면서 기상정보를 관측·수집·전송하는 다목적 수중무인기 ‘웨이브 글라이더’를 처음 띄워 관측을 하기도 했다. 올해 태풍(제13호 링링)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는 지난해 태풍(솔릭)에 비해 만족도, 신뢰도, 유용도가 각각 17.4점, 18.4점, 11.9점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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