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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인재진의 내 인생의 책]③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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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전원일기

경향신문

나는 지금 경기도 가평의 금대리에서 살고 있다. 말하자면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은퇴를 앞둔 선배와 친구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꺼내는 이야기들이 있다. 전원생활에 대한 꿈이다. 전원생활에 대한 막연한 계획과 동경을 피력하고, 주로 인터넷에서 습득한 나름대로의 특급 정보(?)를 자랑하는 모습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이미 전원생활 15년차에 접어든 나로서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지만, 번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살고 싶어 하는 그들의 꿈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내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전원생활의 꿈을 가질 수 있게 해준 책이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Walden)>이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 수필가이기도 했던 소로는 생전에 작가로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가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2년2개월 동안 홀로 생활한 나날을 기록한 <월든>(1854)은 19세기에 쓰인 가장 중요한 책들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월든>은 단순히 전원생활에 관한 이야기로만 국한할 수 없는 책이다. 이 책은 자연에 관한 내밀한 이야기인 동시에 참다운 인간의 길, 자유로운 인간의 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요즘에 와서는 저자가 19세기에 살았지만 21세기적인 환경의식을 지녔던 사람으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런 점들을 생각한다면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아닐지라도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나는 이 책에서 받은 울림이 적지 않았다. 15년 전에 가평의 금대리로 내려갈 수 있는 힘을 이 책에서 얻기도 했다. 지금 전원에 살고 있는 내게 소로와 같은 문학적 재능이 없음을 통탄할 뿐이다.

인재진 |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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