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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전교 절반 이주가정 “중국어 수학 수업 좋아요”…시흥 시화초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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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언어 병행수업’

반복 학습 가능한 수학 수업, 2개 국어로 주 4시간 진행

한국 학생엔 흥미 유발하고 중국계 학생엔 자존감 높여

경향신문

지난 10일 경기 시화초등학교 4층 어학실에서 3학년 학생들이 중국어로 수학을 배우는 ‘이중언어 병행수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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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국어로 수학을 공부해요.” 지난 10일 경기 시흥 시화초등학교 4층 어학실 밖으로 중국어가 새어 나왔다. 여느 학교에서 하는 외국어 수업처럼 보이지만 실은 중국어로 진행하는 3학년의 정규 수학 수업시간이다. “쓰스우 추이 싼 덩위(45 나누기 3은).” 원어민 중국어 교사 리위(44)가 중국어로 나눗셈 문제를 내자 학생들은 “스우(15)”라고 중국어로 능숙하게 답했다.

시화초교는 전국 최초로 중국어로 수학을 가르치는 ‘이중언어 병행수업’을 하고 있다. 2017년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다문화국제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시작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시화초교는 전교생 가운데 52%가 결혼 이주가정 학생(9개국)인데 이 중 80%가 중국계 학생이다. 천향숙 시화초교 교장은 “수학을 중국어 병행수업 과목으로 선택한 것은 반복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다른 과목과 달리 덧셈·뺄셈·곱셈·나눗셈처럼 기호나 숫자가 정해져 있고 문장이 반복됨에 따라 학생들이 한국어와 중국어를 쉽게 익힐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수업은 1~3학년 중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주 4시간 진행한다. 현재 참여 학생 46명 가운데 80%가 이주가정 학생(중국계)이고, 나머지 20%가 한국 학생이다. 수업에서는 원어민 교사와 한국 교사 2명이 중국어와 한국어를 각각 지도한다. 박정은 시화초교 교사(38)는 “원어민 교사가 중국어로만 설명하기 때문에 한국 학생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질문을 할 때가 있다”며 “이럴 때 개별적으로 한국어로 설명을 해서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2개 국어로 진행하는 수업은 한국 학생에게는 중국어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이주가정 학생에게는 학교 적응을 돕고 자존감도 높여주고 있다. 남은빈양(10)은 “나중에 중국 여행을 가면 중국 사람과 말이 통해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살 때 중국에서 한국으로 온 김민지양(10)은 “엄마, 아빠가 한국에 적응해야 한다며 집에서도 중국말을 못하게 해서 중국어를 몰랐는데 수업을 들으면서 조금씩 중국어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호응도 높다. 지난해 이 학교 1~2학년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6.9%가 이 수업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김모씨(41·중국 국적)는 “딸이 친구도 여러 명 생기고 학교생활 적응도 잘하는 것 같아 너무 기쁘다”며 “수학 말고 다른 과목으로도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에는 시화초교와 같은 다문화국제혁신학교가 12개 있다. 이주가정 학생 비율은 22.2%에서 많게는 93.3%에 달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들 학교에 이주가정 학생에게 적합한 교육 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학사 운영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다. 정규 교원 1명 추가 배정과 함께 학교 운영비로 연간 5000만원을 지원한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차이가 아닌 다름을 이해하고 포용과 공존을 지향하는 교육을 적극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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