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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신약개발 주가특수 노리자” 바이오업계 손 뻗는 ‘이방인’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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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제조업체들, 제한 없이 바이오 사업 확대 진입
바이오업계 “신약개발 윤리성 훼손…기준 마련돼야”

스포츠서울

제공|픽사베이



[스포츠서울 이정수 기자] 바이오업계에 ‘이방인’이 둥지를 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신약개발에서 지켜져야 할 윤리성이 훼손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않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신약개발 성과로 인해 바이오 분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분야로 손을 뻗고 있는 일반 화학·제조업체가 늘고 있다.

전자직접회로 제조업체 유양디앤유는 최근 미국 신경줄기세포연구소와 신약개발 바이오벤처 합작법인 룩사바이오를 출범했다. 룩사바이오는 망막 아래에 망막색소상피(RPE) 줄기세포를 주입해 손상된 세포를 대체하는 치료법을 연구한다. 유양디앤유는 안과·희귀질환 신약개발 전문업체 지트리비앤티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신약개발 성과로 주목받으며 최근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2위까지 오른 에이치엘비도 본래는 복합소재전문업체다. 구명정 업체 인수, 유리섬유강화파이프 사업 등을 편입하며 성장을 거듭해온 에이치엘비는 신약개발 성과와 가치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점인 2015년에 표적항암제 신약을 개발하고 있던 엘에스케이(LSK) 바이오파트너즈를 인수했다. 때문에 현재까지도 사업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공시에서는 업종이 ‘합성수지선 건조업’으로 돼있다.

에이치엘비는 이전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으나, 바이오벤처 인수 이후 3상 임상시험 진입 등 신약개발 성과를 대대적으로 내세우면서 급격히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도 ‘3상 임상시험에 성공했다’면서 FDA 허가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쳐 주가 급성장을 유도했다. 그 결과, 임상시험에 대한 엇갈린 해석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일 간 주가는 상승세를 반복했다.

영상보안장비 제조전문업체 인콘도 희귀질환 신약을 개발 중인 미국업체 자이버를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주가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5월 23일 거래재개에 앞서 22일 자이버가 염증조절 신약개발기술 확보했다는 소식을 공개하면서 상한가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14일에도 인콘은 한때 주가가 급등하면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신약관련기술 전문업체로 자리잡은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8월 디스플레이 전문업체 현대아이비티가 사명을 변경한 사례다. 수년간 1만원 이하를 맴돌던 주가는 사명 변경 이후 등락을 반복해 현재는 1만50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공시에서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업종은 여전히 기타화학제품제조업체로 분류되고 있다.

이처럼 일반 제조업 등을 기반으로 성장한 업체가 바이오업계에 뛰어드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기존까지 업계를 이끌어온 바이오벤처에서는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효과 못지않게 안전성까지 중시되는 의약품 특성은 공산품과 구별된다는 점, 투기로 과열된 시장 특성을 활용해 자금조달과 기업가치 상향을 노리고 있다는 점, 신약개발 기술가치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바이오벤처 사업취지가 덩달아 훼손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 붐을 기회로 타 제조업에서 바이오분야로 사업을 확대한 업체는 주가 상승을 통해 자금조달과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1차 목적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포장·홍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인체 건강과 직결돼있어 일반 공산품보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개발돼야 하는 의약품 특수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약개발 사업 자격 등에 대한 기준마련 등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외부인 진입이 계속되면서 바이오분야 주식시장 과열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leej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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